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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떠난 뒤 형제는 화해?…“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입력 | 2020-01-21 10:24:00

2015년 경영권 분쟁 신동주 신동빈
1년 3개월 만에 대면 빈소 함께 지켜
관계 회복설 나오나 사실상 힘들 듯
경영권 논의 없이 화해 불가능 관측




= 형 신동주(66)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동생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이후 갈라섰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은 장남을 밀어줬다. 그러나 실질적인 힘을 가진 주주들은 차남을 지지했다. 결과는 신동빈 회장의 완승이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후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지만, 신동빈 회장과 롯데는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신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세상을 떠나면서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 국정농단 및 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이후 1년 3개월 만에 대면했다. 형제는 장례 절차 등을 함께 논의했고, 빈소에선 나란히 조문객을 맞았다. 엘레베이터를 함께 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각에서는 “작게나마 화해 무드가 형성된 것 아니냐”고 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20일 “나란히 앉아 있으니 교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는 동주·동빈 형제가 관계를 회복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거라고 본다. 돌아가신 아버지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장례 기간 내내 각종 절차를 논의할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조문을 받기 시작한 지난 20일엔 함께 빈소를 지키면서도 식사는 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부회장의 ‘교감’ 발언도 장례 과정에서 나온 형식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문제는 경영권이다. 재계 관계자는 “화해를 한다고 해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또 한 번 경영권을 노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해라는 것 자체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경영권 논의를 뺀 화해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왕자의 난’ 이후 깊어지기만 한 두 사람 감정의 골이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양측은 지난해 6월 신 명예회장이 거소(居所)를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옮기는 문제로도 법원 판단을 받았다. 이후 신 명예회장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 해 아산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을 때 롯데 쪽에서는 “고령이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신 전 부회장을 탓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이 남긴 약 1조원대 개인 재산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서 또 한 번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또한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각도로 봐도 화해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 명예회장의 세부 지분을 보면 일본 롯데 0.4%, 롯데지주 3.1%, 롯데제과 4.48%, 롯데칠성음료 1.3%, 롯데쇼핑 0.93% 등이다. 다만 업계는 이 지분이 모두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신동빈 체제를 흔들기는 어려울 거로 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