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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로 간신히 휴전에 접어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 국가에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부과를 경고한 것이 알려지며 새로운 무역전쟁이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 최근 이란 측에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위반을 문제 삼기 일주일 전,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3개국에 대이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2015년 이란 핵합의 타결 당시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함께 서명국으로 참여한 이들 3개국은 14일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며 공식적으로 분쟁절차에 착수한바 있다. WP는 이들 3개국의 이란 분쟁조정 절차 착수 시점이 시기적으로 미국 관세 위협 이후 나온 것이라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EU는 중국과 무역갈등 이후 미국의 다음 타깃으로 꼽혀왔다. 특히 수입차 관세는 미국과 EU의 무역협상에서 핵심 카드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프랑스 등 일부 EU 국가가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테크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고, 프랑스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사의 보조금 문제도 양측의 첨예한 갈등거리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전문가들은 이제 무역분쟁이 다른 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유럽이 다음 번 관세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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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의 일방적 관세 폭탄에도 중국 경제의 ‘맷집’이 예상 보다 강했으며, 향후 2단계 협상 등 장기전으로 갈수록 중국이 더욱 유리한 고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BBC는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를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 호락호락 고개 숙이지 않으면서 대략적 실리를 챙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꼽았다. 미중 협상을 마친 시 주석은 17일부터 이틀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인 미얀마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새해 첫 방문지를 미얀마로 택한 것이 향후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와 일대일로에 매진하겠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베트남, 대만, 멕시코,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은 상당한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대신 이들 국가 제품 수입을 늘린 까닭이다. 특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가 약 35%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