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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빅데이터 활용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높이겠다”

입력 | 2020-01-16 03:00:00

박원주 특허청장 인터뷰




박원주 특허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허의 적극적인 보호와 침해에 대한 응분의 배상 부과는 특허권자의 보호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혁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허청 제공

“이제 특허청은 단순히 특허를 심사하고 내주는 기관이 아닙니다. 기업이 기술 자립을 이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최전선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허청의 위상과 역할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가던 지난해 11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그의 말을 실감나게 했다. 박 청장은 특허청장으로는 처음으로 이 회의에 참석해 ‘지식재산 기반의 기술 자립 및 산업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특허청장은 경제관계장관회의의 고정 멤버가 됐다. 박 청장이 기관 이름을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바꾸려 하는 이유도 이런 특허청의 달라진 역할 때문이다.

―지난해 특허청이 유난히 바빴다.

“지식재산 분야에 일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특허등록 200만 호를 기록했다. 연간 산업재산권(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출원량도 50만 건을 처음 돌파했다. 외형적 양적 성장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우리 경제에 대한 특허청의 역할이다.”

―어떤 역할 변화가 있었나.


“지난해 11월 14일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특허청은 네 가지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첫 번째는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자립이었다. 특허 빅데이터에는 전 세계 모든 기업과 연구소 등의 연구개발(R&D) 동향과 산업 및 시장 트렌드 정보 4억3000만여 건이 집약돼 있다. 우리는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결정적 기술 단서를 찾아내 연구개발 뱡향을 잡고 경쟁사의 특허를 피해갈 정보를 산업계에 제공해주기로 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특허청 차원의 해법도 그 안에 있나.


“한일 무역마찰은 이른바 기술전쟁이다. 일본이 기술전쟁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우리가 모르는 기술을 개발했고 설령 안다 해도 따라가기 힘들도록 특허장벽을 쳤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소한 일본 특허장벽을 비켜갈 수 있고 설령 충돌이 일어난다 해도 소송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특허전략개발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미 연간 300∼400건의 빅데이터 분석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연간 2000건 정도로 늘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생각이다.”

―특허청의 이름 변경을 추진 중이다.


“특허청은 특허 빅데이터 분석 외에도 기업의 해외 특허출원을 돕고 지식재산의 안정적 보호를 위한 금융 활동도 벌인다. ‘지식재산혁신청’이 우리가 하는 일을 가장 잘 반영해준다. 특허청 공무원의 배지에는 ‘혁신을 혁신한다(We innovate the innovation)’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명칭 변경을 위해 관련 부처의 협조를 얻어 나가려 한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특허침해 배상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특허를 침해했을 때 3배를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지난해 도입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특허침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 미래 가치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손해배상 법리는 실손보상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새로운 배상체계를 만들려는 특허청 계획에 반대한다. 특허침해가 없어야 대한민국에서 혁신이 나온다. 지난해 법원과의 견해차로 법사위 문턱을 못 넘은 관련 법안을 다시 추진할 생각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도 만들고 있다.


“우리 법원은 지식재산을 침해받은 사람이 증거를 제시하게 한다. 하지만 디자인이 아닌 공정 같은 경우 침해 여부의 확인조차 어렵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의뢰한 것은 특허침해 피해자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때문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융복합기술심사국’이란 생소한 조직을 만들었다.


“전 세계 특허청 어디에도 없었던 시도다. 서로 기술적 배경이 다른 심사관 3명이 모여 심사를 한다. 새로운 기술의 착안점을 발견하고 사각지대였던 융합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아직 심사관 간에 논쟁이 많고 이로 인해 업무 처리도 늦어진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불가피한 진통이다.”

―우리 기업의 아세안 지역 진출이 쉬워지나.

“지난해 11월 말 서울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시점에 이들 국가의 특허청장 회의를 열었다. 각국이 공동 번영을 위해 재식재산권 분야의 혁신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아세안의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특허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특허효력인정 협력과 한국의 특허심사 결과를 활용해 빠르게 현지 심사를 진행토록 하는 특허심사 협력이 가능해졌다. 우리 기업들이 특허를 들고 아세안 국가에 진출하기가 한결 쉬워진 것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