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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7개월 전 이미 솔레이마니 제거 승인”

입력 | 2020-01-15 03:00:00

‘임박한 공격위협’ 강조한 트럼프, 언론 ‘거짓말’ 보도하자 말바꾸기
“그건 중요치 않아” 변명 트윗… 히잡 쓴 펠로시 합성사진도 올려
세계관 없는 돌출행동 또 도마에




‘임박한 공격 위협’ 때문에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말 바꾸기를 하며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미 NBC방송은 13일 전·현직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7개월 전에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공에서 미군 정찰무인기를 미사일로 격추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했다. 당장 사살하진 말고 ‘미국인 사망’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을 때 실행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것.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앞서 2017년부터 솔레이마니 제거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임박한 위협 때문에 그를 폭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물러섰다.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솔레이마니)의 끔찍한 과거로 볼 때 ‘임박한 위협’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전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이 “4개 미국 대사관에 대한 임박한 위협의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할 수 없는 기밀 정보”라고 둘러대며 임박한 위협 출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 보수매체가 올린 합성 사진을 리트윗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란 국기를 배경으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슬람 성직자가 쓰는 터번과 여성이 쓰는 히잡을 각각 머리에 두르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에는 ‘아야톨라(이란의 최고지도자)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은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무슬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한편 이슬람권과의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이란 사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은 이미 백악관 참모진의 제어 영역을 벗어났다”고 전했다. 참모들의 충고에 관심이 없고 자신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때문에 이란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