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94년 종합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 기준) ◇일본은 없다/전여옥 지음/352쪽·6000원·지식공작소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분의 민족혼을 소설 형식으로 토해낸 것이라면 그 대상을 일본으로 돌렸을 때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가 나왔다. 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필두로 ‘국화와 칼’ ‘기호의 제국’ 등 벽안(碧眼)을 통해서도 일본을 파헤쳐 보려 했다. ‘일본은 없다’가 히트를 친 후 곧바로 서현섭의 ‘일본은 있다’가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일 극일 반일 혐일의 추를 오가며 일본을 소화해 내려 했다.
광고 로드중
우리 사회의 명품 소비와 저출산과 ‘먹방’을 한데 묶어 비판할 수 있는 용자(勇者)는 많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일본 관련 베스트셀러의 목록은 당시 우리의 콤플렉스와 욕망을 보여줄 뿐이다. 일본을 자세히 알게 되면 틀은 필요치 않다. 한 해 수백만 명이 일본을 드나드는 오늘날 ‘있다’ 혹은 ‘없다’로 ‘퉁 칠’ 수 있는 일본은 없다.
‘일본은 없다’는 이후 저자와 유재순 씨 간의 표절 논란으로 다시 한번 유명해진다. 이후 법원은 저자인 전여옥 씨가 일부 표절했음을 인정했다. 공교롭게도 ‘일본은 없다’가 출간된 해에 일본에서도 ‘추한 한국인’이라는 혐한(嫌韓)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다. 한국인이 쓴 것처럼 꾸몄지만 저자가 일본인임이 밝혀져 이 책 역시 논란에 휩싸인다.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 욕망의 지표다.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