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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아비뇽’ 거창에 뮤지컬이 울려퍼지다

입력 | 2019-12-27 03:00:00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나도 케이팝 스타’ 행사 대미 장식
거창 창동초 학생들 직접 참여… 댄스 배틀 등 벌이며 재능 발산



26일 오후 경남 거창군 거창 창동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학생뮤지컬 프로그램에서 이 학교 5, 6학년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에 담아 촛불을 들어올리며 인사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아시아의 아비뇽’으로 불리는 한여름의 거창국제연극제, 청소년 경연 한마당인 거창겨울연극제…. 경남 서북부 중심 도시 거창은 전통적으로 교육과 문화예술이 강하다. 축제도 사계절 풍성하다. 이런 곳에서 자란 꿈나무들에게 뮤지컬은 어떤 느낌과 감흥을 줄 수 있을까.

26일 오후 거창읍 창동초등학교(교장 김유학) 체육관. 이 학교 5학년 120명과 6학년 100명 등 220명이 한데 모여 뮤지컬 ‘우리읍내’를 협연했다.

이 뮤지컬은 미국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손턴 와일더(1897∼1975)의 작품을 동덕여대 김춘경 교수가 각색한 것이다.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그로버스코너스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깁스(의사)와 웹(신문 편집장)을 중심으로 그린 작품이다.

2007년 시작된 동아일보의 인기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인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나도 케이팝 스타’의 51번째 2부 행사였다. 1부는 이달 9, 10일 함양 서상중고교(교장 황주호)와 함양여중(교장 구영숙)에서 열렸다. 거창지역 학교의 프로그램 참여는 처음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 역시 최초다.

창동초 학생들은 점심시간 직후 체육관에 모여 1시간 동안 뮤지컬을 연습했다. 지도는 국내외 공연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케이팝 뮤지컬 그룹 ‘루미너스’가 맡았다. 루미너스 김태욱 단원(깁스 역)이 “케이팝에 이야기를 입혔다. 함께 연습해 보자”고 하자 환호가 터졌다. 특히 남학생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었다. 이들의 경쾌한 몸놀림과 깜찍한 웃음이 체육관에 가득했다. 비와 진눈깨비가 간간이 내렸지만 방학을 하루 앞둔 학생들 음성엔 윤기가 넘쳤다.

오후 3시부터 학생들이 뮤지컬의 댄스 배틀에 직접 참여했다. 학교 소개는 학생회장인 이봄 양(13)이 맡았다. 이 양은 “케이팝 뮤지컬이 재미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루미너스 단원들의 공연은 꿈나무들에게 다양한 동기를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배우들과 함께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예뻤다.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행한 졸업 예정자들의 촛불 퍼포먼스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은현 교감과 선생님들도 큰 박수로 화답했다. 1975년 개교한 창동초는 ‘학생의 성장’을 교육의 중심에 둔다. 특히 꿈과 끼를 살리며 신명나게 돌아가는 ‘바람개비 창동 행복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바람개비는 ‘바른 배움’ ‘남(람) 배려’ ‘개성 존중’ ‘비범한 생각’에서 땄다.

총연출을 맡은 김춘경 교수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주는 행복감’을 느껴보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문화예술의 향기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 동아일보, 동덕여대와 함께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뮤지컬 교육을 통해 협동심과 자존감을 높이려는 취지로 마련했다. 2012년 창원, 2013년 진주, 2014년 마산과 하동, 2017년 양산, 2018년 산청에서 공연했다. 지난해까지는 방학 기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20여 명의 학생이 뮤지컬을 배워 무대에 서는 방식이었으나 올해는 학생 체험과 멘토 프로그램으로 변화를 줬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