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정상 세포가 이상 증식하고 퍼져 나간다. 10∼15%는 유전이라지만 나머지는 원인 불명으로 주모자도 없이 반란이 일어나 (세포 증식) 지휘 계통이 망가진 것이다.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것은 유전자(DNA) 차원의 ‘신호전달 체계’ 이상이라는 점은 밝혀졌지만 최초에 왜 이상이 생기는지는 ‘unknown(확인 안 됨)’이 더 많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 집계 결과 국내에서 암 진단 후 5년 생존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숙적 암과의 투쟁에서 우보(牛步)지만 진전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암 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70.4%로 10년 전의 54.1%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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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염병이나 세균 질환이 암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인류가 거의 극복했다. 암은 기원전 1600년경 고대 이집트의 의료 문서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도 48가지 증상 중 하나로 언급된다. ‘Cancer’란 단어는 히포크라테스가 종양의 모습이 게(crab) 등딱지 같다며 게를 뜻하는 그리스어 ‘카르키노스(Karkinos)’를 사용해 묘사한 데서 유래됐다. 암은 아마도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시달려온 질병이면서도 여전히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한 난적이다. 그럼에도 조기 진단과 수술을 통한 제거, 흡연 비만 동물성 단백질 섭취 등 위험 요소 관리를 통해 조금씩 이겨내고 있다. 불치병이라는 지긋지긋한 수식어가 암 앞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