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수정안 ‘제왕적 권한’ 우려
여당에선 “수사기관 간 중복을 피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과도한 검찰권을 견제·분산하자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된 공수처가 정작 ‘제왕적 기관’으로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회의록 안 남긴 채 공수처에 우월적 권한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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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소속 검사의 인사를 심의하는 ‘인사위원회 위원’ 구성 권한도 공수처장과 국회 비교섭단체의 입김이 짙어졌다. 수정안엔 공수처장의 위촉권을 명시했다.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된 적이 없는 교섭단체들도 인사위원 2명을 추천할 수 있게 했다. 반면에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은 인사위원회 위원에서 배제됐다.
공수처 소속 검사의 자격 요건도 대폭 완화됐다. 수정안은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 중 ‘공수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사람도 자격이 있도록 했다. 이는 여야 합의로 설치됐던 각종 특조위 경험도 자격 요건으로 인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기류다.
○ “‘살아있는 권력’ 수사 불가능한 구조”
핵심 문제로 지적되는 조항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통보할 의무를 부여한 대목이다. 현행법상 검경의 압수수색 역시 ‘인지’를 한 뒤 인지 번호가 있어야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주요 사건을 공수처에 보고하라는 말과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수수색 집행 등 각종 수사 보고는 현 정부 출범 후 법무부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권한이다. 법조계에선 “회의록 하나 없이 절대 권력이 창설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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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관계자는 “집권 세력이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 임명을 끝내 관철할 경우엔 자신들을 향한 수사로 연결되는 구조 자체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대통령,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은 공수처 사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3조)이 신설됐지만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유명무실할 수 있다.
공수처의 ‘제왕적’ 권한은 검찰의 독점적 직접 수사권에 비해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병폐를 개선하고, 기관 간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공수처 설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법무부 검찰국↔대검찰청’으로 이어지던 수사 보고와 지휘 과정을 비판하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는데, 이제는 공수처 하나로 전체 사정 기관에 대한 ‘그립’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