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가 박준수의 ‘공명지조’
이 내용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먹기 편한 그릇만 고집함으로써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꼬집은 거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을 줍니다. 나아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일깨워줍니다.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옛말도 있습니다.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끼워 맞춰 자기주장을 합리화한다는 뜻입니다.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의 견해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비유하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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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는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명지조는 정치권이 자기의 이익을 따라 편을 가르고 싸우는 것을 넘어 국민들까지 이 싸움에 동조해 분열하고 있는 현실도 함축하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모르고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국회는 이미 그 정치적 기능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뿐 아니라 혐오감까지 느끼는 지경입니다. 계층 갈등, 노사 갈등, 남녀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간 갈등 등이 중첩돼 현실은 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접점을 찾지 못하고 긴장이 높아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핵 협상, 무역 갈등과 과거사 문제로 얽혀 있는 한일 간의 경색 국면도 공명지조와 같은 운명일지 모릅니다. 자기중심적 주장만을 되뇌고 상대방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공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난해 선정됐던 사자성어는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사악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세월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파사현정이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임중도원의 현실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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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