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가 넷플릭스와 선보인 스탠드업 코미디 ‘농염주의보’. 넷플릭스 제공
1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코미디 연극 ‘잇츠 홈쇼핑 주식회사’ 무대에는 낯익은 얼굴이 많다. 조혜련, 장동민, 김영희, 김승혜 등 유명 개그맨이 대거 배우로 출연한다. 홈쇼핑 방송 현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극 안에서 이들은 100분 동안 서사에 맞게 대사를 소화한다. 이따금씩 거친 욕설과 애드리브로 웃음을 뽑아내기도 했다.
대표 예능인 이수근도 ‘윤형빈의 개그 쇼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이수근의 웃음팔이 소년’을 현재 공연 중이다. 텅 빈 무대에 기타 하나만 들고 올라 동료 개그맨들과 선보이는 음악 콩트는 관객으로부터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주던 정통 콩트를 떠올리게 한다”며 반응이 뜨겁다. 이 밖에 김대희, 김준호, 윤형빈, 김대범 등도 아예 직접 소극장을 차려 오랜 기간 동료 선후배들에게 무대를 제공해왔다. 자체 정기공연은 물론 새로운 개그 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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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개그맨들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정통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더욱 커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윤형빈은 “레트로 개그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잘 짜인 악극 같은 쇼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개그맨 이수근의 ‘웃음팔이 소년’, 윤형빈 소극장에서 콩트를 공연 중인 개그맨들(왼쪽부터). 윤소그룹 제공
마침 영화나 유튜브 등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스탠드업 코미디의 약진은 이들의 무대 러시를 부채질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쇼 ‘코미디 헤이븐’을 운영하는 정재형은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 명이 5분 넘는 시간을 사용하며, 관객과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매력이 있다. 관객의 웃음을 걸고 개그맨으로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신랄한 사회 풍자, 수위가 높은 성적 농담 등 표현 수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개그 무대만의 장점이다. 넷플릭스와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 박나래는 “방송에서 할 수 없던 성(性) 얘기를 쿨하게 풀어놓을 자리가 없었다. ‘59금, 69금’이라는 리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더 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무대와 스탠드업 코미디를 병행하고 있는 김영희는 “언더 개그 무대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장에서는 표현 제약이 적고, 애드리브도 훨씬 자유롭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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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