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 외교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갈등,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탈(脫)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의 ‘근육질 외교’다. 왕 부장은 2017년 3월 사드 배치 부지 발표가 나온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정신을 차려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잘못된 길을 가지 말라”고 했다. 국익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고 보복도 불사하는 힘의 외교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왕 부장은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팔을 툭툭 치는 인사를 건네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4일 이틀 일정으로 5년여 만에 한국을 찾은 왕 부장은 방한에 임박해 오찬에 손님을 ‘호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다. 2016년 한 캐나다 기자가 중국 인권에 의문을 제기하자 “중국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거만하다”고 쏘아붙인 일도 있었다.
▷왕 부장은 국장 시절 제1차 북핵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중국의 비핵화 구상인 쌍중단, 쌍궤병행도 그가 처음 제기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뒤 주일 대사관에서 7년 반을 근무한 일본통인 그가 2004년 일본 대사로 부임한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동중국해 가스전 분쟁 등 악재가 터졌다. 하지만 2006년 일본 총리로서는 5년 만에 아베가 방중하는 등 밀월기를 만들어냈다. 대만 담당일 때도 양안관계에 훈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동북아 이웃 국가 중 한국과의 ‘사드 결빙’을 푸는 일만이 남았다. 이번 방한 기간 ‘파빙지려(破氷之旅·얼음을 깨는 여행)’의 단초를 만드는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