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논란 팩트체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스1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내건 채용 공고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상주 경비원을 뽑는데 수면·휴식 시간이 근무시간보다 2배 정도 많고, 기본급은 근무시간으로 책정돼 월 87만 원도 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부산 사하구 부산여자고등학교는 25일 경비원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근무 형태는 격일제로, 평일 상주시간은 16시간입니다. 이 중 6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10시간은 수면·휴식시간입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24시간 상주해야 합니다. 9시간 근무하고, 수면·휴식시간은 15시간입니다.
문제는 상주하는 시간은 긴 반면, 임금은 근무시간에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월 평균 근무시간 104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기본급은 86만 8400원입니다. 그밖에 급식비로 월 6만 5000원이 지급되고, 1년 이상 근무 시 처우개선비 연 70만 원을 지급합니다. 직종의 특수성을 떠나 매우 부족한 임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진=부산여자고등학교 경비원 채용 공고
누리꾼들은 “노예보다 더 하다”, “바른 길로 잡아줘야 할 학교에서 꼼수라니”, “교사들도 방학에 월급 주지 마라” 등의 의견을 내며 분노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상주’ 개념 없어서 급여 안줘도 돼”
하지만 이 학교는 채용 공고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부산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라서 공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주’라는 단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항상 학교에 있지 않아도 된다. 문을 열고 닫는 등 경비 업무를 위한 특정 시간에만 있으면 된다”고 해명했습니다.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판단을 들어봤습니다.
“법적으로 학교 측 채용에 잘못된 부분은 없어요.” -노동부 관계자-
근로기준법에 상주라는 개념이 없어 해당 시간에 급여를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지만, 수면·휴식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경비원의 경우 ‘감시 근로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주휴수당도 지급되지 않습니다.
“상식 어긋나…경비원은 상주가 업무인데”
그러나 국민감정은 다릅니다. 휴식 시간임에도 불가피하게 일을 하거나 대기할 수 있고, 하루 종일 집이 아닌 일터에서 잠을 자거나 쉬는 것이 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무사의 판단을 들어봤습니다.
“노동부의 판단은 기계적인 해석입니다. 수면·휴식시간이 상식에 어긋날 정도로 과도하게 길어요.” -김현호 노무사, 삼현공인노무사-
그러면 집에 있으면 되지, 굳이 상주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대기인지 휴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진정으로 휴게시간이 보장됐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이런 근로 조건은 선의(善意)가 아닌 악의(惡意)다.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