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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40% 이상 확대로 학종·논술 축소…갈 곳 줄어드는 중위권 학생들

입력 | 2019-11-28 15:48:00

객관식 시험인 내신·수능, 상위권은 일부 학생들 뿐
학종·논술 축소되면 점수 확보 약한 중위권 불리해




 정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해 일부 대학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 정시전형 선발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중위권 학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됐다.

정량적인 점수가 낮아도 정성평가를 통해 서울 소재 주요대학에 입학했던 학생들의 진학 통로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점수 위주 문답풀이 교육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논술위주전형의 모집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16개 대학에 대해 2023학년도까지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논술 및 특기자전형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이제 학생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수시전형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종, 그리고 정시전형 크게 3가지가 된다.

교육부는 논술 및 특기자 전형 인원을 정시 전형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학종 선발 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1학년도 기준 고려대학교는 총 모집인원 4166명 중 수능위주전형으로 768명만 선발하고 있어서 40%를 맞추려면 899명이 더 필요하다. 고려대학교는 현재 논술위주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없다. 따라서 고려대학교가 수능위주전형 40%를 확보하려면 학종 등 다른 전형에서 선발인원을 가져와야 하고, 그만큼 다른 전형 선발인원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경희대학교도 전체 모집인원 5303명 중 현재 1336명만 수능위주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어 40%를 맞추기 위해 786명이 더 추가돼야 한다. 하지만 논술위주전형 선발인원은 684명뿐이어서 논술을 전면 폐지하더라도 다른 전형에서 인원을 더 가져와야 한다.

숙명여자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도 수능위주전형 40%를 맞추기 위한 추가인원은 각각 346명, 140명이 필요하지만 논술선발인원은 각각 300명, 101명 밖에 되지 않아 다른 전형에서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사항 축소로 학종 평가가 어려워져 대학들이 학종 선발 인원을 더 줄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학종과 논술 축소로 대입제도가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중위권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형대학에 진학할 통로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고교 내신성적으로 진학하는 전형인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주요대학에 진학하려면 보통 1.0등급 후반대에서 2.0등급 초반대의 점수가 필요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전 과목에서 평균 2.0의 내신성적을 받은 학생은 10%밖에 안 된다”며 “학교에서 10등 이내에는 들어야 하는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능위주전형도 고득점이 가능한 일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를 포함해 서울 일부 대학에 진학하려면 보통 수능에서 국어·수학·탐구 300점 만점 기준 280점대 후반 점수가 필요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가채점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올해 대학 예상 합격선을 보면 서울대 의예과에 진학하기 위해 294점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과목 당 평균 98점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내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작문능력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논술전형 축소가 예고돼있 다. 내신과 수능 모두 정량적 점수여서 여기서 토대될 경우 대학진학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도 학교와 학원 등에서 정량적 점수 확보를 위한 문제풀이 수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최승후 전국진로진학협의회 대학별고사 연구팀장은 “내신 좋은 애들은 교과로 가고 수능 좋은 애들은 정시로 가면 되는데 그런 아이들은 극소수”라며 “나머지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간 허리쪽 아이들은 설 곳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