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에스퍼, 트럼프에 반기든 해군장관 경질

입력 | 2019-11-26 03:00:00

전쟁범죄 군인 징계 철회하라는 트럼프 요구 거부하자 전격 경질
방위비 압박 등 ‘트럼프의 해결사’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해군특전단(네이비실) 군인을 해고하려던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사진)을 24일 경질했다. 워싱턴에서는 에스퍼 장관이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이어 해군장관 경질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기를 꺼리는 이슈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스펜서 해군장관의 해임을 알리며 “(스펜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몇 달간 관심을 보여 온 에드워드 갤러거 중사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신뢰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에스퍼 장관은 복귀 첫 임무가 바로 스펜서 장관에 대한 경질 통보였다.

미군 지휘체계는 육해공군을 통솔하는 참모총장과는 별도로 3군에 각각 장관을 두고 있다. 이들은 전쟁에는 관여하지 않고 인사관리 등 군 내부 기강 확립을 담당한다.

스펜서 해군장관은 지난해 이라크에서 민간인 살해 및 시신 촬영 등 군이 금지하는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지른 갤러거 중사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일부 혐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부터 갤러거 중사를 특전단에서 해고하기 위한 징계 절차를 시작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트위터에 “아무도 갤러거 중사의 특전단 배지를 떼어낼 수 없다”며 사실상 징계 철회 명령을 내렸다.

스펜서 장관은 “해군 문제는 해군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반발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샀고 인사권자인 에스퍼 장관의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발표한 성명에는 “그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그는 평온하게 퇴직할 것” 등 갤러거 중사에 대한 위로만 가득했다.

이 과정에서 스펜서 장관 경질보다 전쟁범죄자를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의 ‘왜곡된 애국심’이 더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은 킬링머신(사람을 죽이는 기계)이 돼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을 가지고 있다”며 “탄핵 조사가 가열될수록 군 통수권자의 권위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