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24일 저녁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료 기념 판소리 합동 공연. 국립극장 제공
24일 저녁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 미국인 어맨다 콩키 씨(27)의 걸쭉한 창에 숨죽인 관객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가 애달프게 뽑아낸 것은 판소리 ‘심청가’ 중 ‘아버지 듣조시오’ 대목. 한국어 발음은 조금 어설펐지만 벽안에 쪽 찐 머리를 하고 부채를 든 콩키 씨는 그 순간 일곱 살 심청이가 됐다. ‘나도 이제 다 컸으니 아버지 대신 밥 동냥을 나가겠다’며 애끓는 소리를 토로했다.
콩키 씨의 무대는 2019년 가을겨울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료 공연 ‘얼-쑤, 좋다구나!’의 일부였다. 9월부터 11월까지 12주간 17개국 45명이 판소리와 사물놀이, 한국무용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들었다. 독일 루마니아 미국 과테말라 불가리아 싱가포르 등 국적도 다양하다.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전통예술 체험 강의. 국립극장이 2013년 시작해 현재까지 총 649명이 아카데미를 찾았다. 한국어가 서툴러도, 전통예술을 처음 접해도 따라올 수 있도록 실기 위주로 수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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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 만난 수료생들. 왼쪽부터 스탄 라우라 플로리나, 아나이스 가브리엘라 파우레 데파스, 마쓰카와 미키 씨. 국립극장 제공
판소리반의 일본인 마쓰카와 미키 씨(49)는 “사물놀이를 배우다 관심이 판소리로 옮아왔다. 춘향가 중 사랑가의 밝은 정서, 심청가 중 상여소리의 한(恨), 모두 사랑한다”고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극의 열혈 팬이다. 플로리나 씨는 “풍습을 보는 재미에 쉬는 날엔 서울 시내 박물관 투어를 할 정도”라고, 마쓰카와 씨는 “명성황후 시해 등 일본에서는 배우지 못한 역사를 알게 됐다”고 했다.
수료생들의 사물놀이와 한국무용 공연.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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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강좌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수강료는 3만 원. 등록 방법과 일정은 연초에 공개한다. 홈페이지 참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