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무색하게 한 음주 불감증
16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장을 소방대원들과 경찰관들이 수습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만취 상태의 60대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 4명을 덮쳐 60대 여성이 숨지고 초등학생 등 3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기둥 2개가 뽑혔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 이번엔 오전 주택가에서 참변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A 씨(65)를 구속했다. A 씨는 전날 오전 11시 20분경 해운대구 좌동 대동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95%의 만취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 4명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 씨(65·여)가 숨지고 C 씨(43·여)와 D 군(7), E 양(14)은 중경상을 입었다. C 씨와 D 군은 모자 관계다.
사고가 난 곳은 아파트가 밀집한 주택가로, 사고 당시 A 씨는 신호를 어기고 사거리에서 직진하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인도에 서 있던 B 씨 등을 향해 돌진했다. 사고의 충격으로 차로와 인도 경계 부분의 차단봉과 울타리가 통째로 뽑혀나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B 씨와 E 양은 A 씨 차량 아래에 깔렸다. 이를 본 시민 20여 명이 달려들어 차량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119구급대가 도착해 B 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E 양은 발목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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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지난해 9월 25일 오전 2시 반경 윤창호 씨가 만취한 운전자의 차에 치인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에서 직선거리로 약 2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사고 장소엔 17일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 이웃이 허망하게 떠났다’라고 적힌 추모 쪽지와 꽃다발 등이 놓였다.
○ 윤창호법 시행됐지만 ‘오전 음주운전’ 여전
하지만 A 씨처럼 오전 시간대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는 건수는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경찰청이 같은 기간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시간대별로 분석해 보니 오전 6시∼낮 12시엔 적발 건수가 지난해 2953건에서 올해 2738건으로 7.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적발이 33.6%나 줄어든 다른 시간대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전날 술기운이 아침까지 남아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 운전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다음 달 27일까지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거나 인명 사고를 낸 운전자는 현행범 체포를 원칙으로 하고 관련 지침을 이달 5일 일선에 내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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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