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동리-목월문학상 소설가 최학-시인 오탁번
최학 소설가는 “역사의 변곡점은 지배층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고변’에서 기축옥사와 동인-서인 간 갈등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다”고 했다. 최학 씨 제공
동리문학상/ 최학 ‘고변’
정여립 역모사건 소재 장편소설… 견고한 역사-시학 보여줘
최학 소설가는 김동리 선생과의 특별한 인연을 반추했다. 그러고는 “의기소침하지 말라는 야단으로 여기려 한다”고 말했다.
‘고변’(사진)은 1589년 있었던 정여립의 역모사건과 그로 인한 기축옥사(己丑獄事)를 소재로 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서두에는 주요 인물 69명에 대한 소개가 55쪽에 걸쳐 이어진다.
그는 “이율곡, 성혼, 이퇴계, 정철, 유성룡, 허균 등 역사적 인물들을 아우르는 방대한 이야기다. 40여 년 전 중앙대 김용덕 교수가 기축옥사를 소설로 쓰길 권했지만 고증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소설이 출간되는 걸 보지 못하고 작고한 김 교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선왕조실록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소설을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400년 전 인사들과 같이 먼 길을 걷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 더없이 기뻤다”며 역사소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오탁번 시인은 “어깨에 힘을 잔뜩 주는 시를 경계한다. 아는 말도 사전을 되찾고 자연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려 애쓴다”고 했다. 동아일보DB
지극한 우리말 헌신… 풍자적 시선으로 삶의 진면목 드러내
‘알요강’(사진)은 어린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작은 요강이라는 뜻이다. 시집에는 풍물시장에서 사온 알요강에 손주가 오줌을 누는 장면을 보며 써내려간 ‘알요강’을 비롯해 76편의 시가 실렸다. ‘지날결’(지나가는 길) ‘노루잠’(자꾸 놀라 깨는 잠) ‘건들장마’(초가을 비가 오다 금방 개는 과정이 반복되는 장마) 같은 다채로운 고유어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풍자적 시선으로 삶의 진면목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승원 문학평론가는 “고령의 연치에도 시들지 않는 뛰어난 유머 감각과 우리말에 대한 지극한 헌신은 남이 따르지 못할 경지에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충북 제천 시골 고향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텃밭에서 농사도 짓고 초등학교 동창들과 막걸리도 마시지요. 자연히 우리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모국어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도 시인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신춘문예 3관왕’이다. 1966년 동화, 1967년 시, 1969년 소설로 각각 당선됐다.
“‘알요강’이 10번째 시집입니다. 앞으로 한 권을 더 내게 될지 모르겠어요. 운명적으로 밟아온 길을 묵묵히 걷겠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