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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英 빈민가에서 만난 불평등의 민낯

입력 | 2019-11-09 03:00:00

◇아이들의 계급투쟁/브래디 미카코 지음·노수경 옮김/332쪽·1만7000원·사계절




어떤 아이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그 대신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와 같은 황금색으로 도화지를 가득 메우거나 분노 조절이 어려워 화가 나면 빙글빙글 돌 뿐이다. 영국 브라이턴 빈민가의 무료 탁아소에서 일한 저자는 사회의 밑바닥에 내던져진 작고 연약한 존재들을 통해 그 사이에서 무기력하게 굴러다니는 정치를 겨냥한다. 보수당이 집권하자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고 이민자와 하층민은 혐오의 전장에서 대립한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의 삶은 파괴된다.

오언 존스의 ‘차브’가 영국 사회의 불평등을 거시적으로 조망했다면 이 책은 영국 도시 골목마다 흐르는 추악한 계급과 인종 차별을 미시적으로, 현장의 언어 그대로 그려냈다.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가 아일랜드인과 결혼해 아이를 키우며 철저히 이방인으로 일한 일본인 저자의 객관적인 시선이 흥미롭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