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돈 줄테니 일반고 되란 말… 하나도 안 반가워”

입력 | 2019-11-08 03:00:00

[외고-국제고-자사고 2025년 일괄폐지]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정부 반박
“인재 키우려 463억 쏟아부었는데… 정부가 알맹이 빼앗아가 의지꺾여”




“전국에서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해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해 17년 동안 463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알맹이를 다 빼앗아가네요.”

7일 전북 지역 자사고인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사진)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 이사장은 “매년 10억 원 이상씩 낼 필요 없이 정부 지원금 받으며 무상교육 대상인 일반고가 되라는 건데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참고서 ‘수학의 정석’을 통해 평생 모은 돈으로 상산고를 세운 그는 세계를 이끄는 학생을 키우는 게 꿈이었다. 홍 이사장은 “정부가 자꾸 의지를 꺾어 놓으니 학교 운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자꾸 신경 쓰니)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홍 이사장은 전국이 아닌 지역(전주와 전북도내 비평준화 지역) 학생만 뽑으라는 정부 방침이 자신의 교육관과 어긋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서울과 강원, 제주 등 모든 지역 출신이 기숙사에서 함께 산다. 꼬막 줍다 온 학생과 도심 빌딩 숲에 살던 학생이 함께 뒹굴며 서로 배우고 성장했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내가 추구해 온 교육 가치가 깨진다”고 말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도 정원의 20%를 전북 학생으로만 선발하는데 미달이거나 간신히 채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정부가 전국의 자사고 42곳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지금까지 안 주던 지원금(재정결함보조금)을 1년에 약 2000억 원 줘야 하고 무상교육도 해야 한다”며 “막대한 돈을 부담하고 일반고를 어떻게 살릴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어떻게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느냐”며 “상산고는 시험(수능이나 내신)과 무관한 철학과 독서, 음악 등도 잘 가르쳤는데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입시 준비만 한다는 오명을 씌웠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