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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사살땐 공개 안했는데… 美 “바그다디 최후 모습 곧 공개”

입력 | 2019-10-30 03:00:00

오바마는 보복 선동 우려 비공개… 트럼프는 ‘성과 과시’에 활용할듯
NYT “상황실 영상 소리 안 들려”… 트럼프 ‘비명 질렀다’에 의문 제기
국방부 “IS 사기 저하 노린 표현”… WSJ “2인자 알무하지르도 사망”
조직 총괄 하지압둘라 후계 거론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26일 미군의 군사작전으로 숨진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최후 모습은 공개될까. 그의 동영상 공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 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28일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작전 상황을 담은 영상자료에 대한 질문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자료의) 기밀 해제 과정을 거치고 있고,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2011년 5월 9·11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할 때 이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사진이 추가 폭력을 선동하거나 보복을 부추기고, 테러 조직의 선전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그다디의 제거를 주요 외교안보 성과로 과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면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아마도 관련 영상 일부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중대 발표’를 통해서도 “바그다디가 훌쩍이고 비명을 지르며 겁쟁이처럼 죽었다”고 묘사했다. 한 국방부 당국자는 “진위를 떠나 IS 수괴가 비겁하고 비참하게 죽어 갔다는 설명만으로도 IS 잔당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내부를 동요시킬 수 있는 전략적 메시지”라며 대통령을 두둔했다. 다만 밀리 합참의장은 대통령이 묘사한 사망 순간에 대해 “아는 바 없다. 대통령이 현장의 작전지휘관 등에게서 따로 이야기를 들었을 수 있다”며 답을 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 위성으로 전송된 영상자료로는 지하터널 내부를 보거나 흐느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그다디에 이어 ‘IS 2인자’로 꼽혔던 아부 알하산 알무하지르도 미군의 공습을 받고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27일 시리아와 터키 국경지대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미군 헬리콥터의 로켓 공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즐룸 코바니 압디 시리아민주군(SDF) 총사령관도 트위터에 “바그다디의 오른팔이자 IS 대변인인 알무하지르가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 자라불루스 인근에서 포착돼 사살됐다. SDF와 미군의 협조하에 작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1, 2인자가 모두 숨지면서 IS의 차기 수괴로 IS의 전 세계 테러 조직을 총괄해 온 하지 압둘라가 거론되고 있다. 그는 살인, 납치, 인신매매 등 IS의 각종 잔혹한 범죄를 ‘성전’이라고 정당화하는 데 앞장섰다. IS 국방장관을 지냈던 이야드 알오바이디, ‘파괴자’로 불리는 압둘라 카르다시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민주당의 탄핵 조사를 비난하는 트윗을 쏟아냈다. 특히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을 집중 공격하며 “워싱턴의 최대 누설자인 그가 이번 작전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게 믿어지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작전의 성공이 대통령이 아니라 그가 경시하고 배신했던 동맹들에 의해 가능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