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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이 균형발전 주도할 수 있게 지자체와 정부는 적극 지원을”

입력 | 2019-10-25 03:00:00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김승수 전주시장-김동원 전북대 총장 방담




수도권 쏠림으로 위기를 맞은 지방을 살리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역 대학들을 적극 활용해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전주시청에서 만난 김승수 전주시장,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사진 왼쪽부터)이 대학을 활용한 지역 균형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북대 제공

《지역 발전에 대학의 역할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지역 쇠퇴를 막아주고, 국토 균형 발전을 이끌어갈 중요 수단이다. 또 거점 국립대가 지역 대학과 동반 성장하면서 지역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시점에 지역대학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반영해 대학 지원에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이나 혁신파크사업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김승수 전주시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이 17일 전주시청에서 만나 대학을 활용한 지역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의 ‘지역단위 협업 플랫폼’ 사업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여겨지는데….

▽김 총장=
지역 혁신을 위해선 대학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독일은 ‘TU9’(독일의 9개 주요 공과대학 연합체)이라는 플랫폼 대학을 중심으로 뮌헨 드레스덴 슈투트가르트 아헨 등 여러 지역이 고르게 성장했다. 우리도 거점 대학이 다른 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 상생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필요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김 시장=
지방정부가 대학의 성장을 돕고, 대학도 지방정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기제들이 많은데 그동안 이를 활용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대학 주도로 도시가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자는 게 이번 플랫폼을 만드는 의미인 것 같다.

―중앙정부가 지역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을 위해 지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송 위원장=
종전의 국가 균형 발전은 분산 정책이었다. 이것만으로는 지역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지역이 자신의 특성과 잠재력과 혁신 역량을 가지고 스스로 개성적인 발전방안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전북도에선 전북대가 거점대학으로 중심이 되고 원광대 군산대 전주대 우석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한 뒤 지자체들과 협의하면서 지역 발전을 선도해 나가는 모델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정부 예산에 1080억 원을 반영했다.

―여당이 122개 수도권 공공기관을 2차로 지방 대도시로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구도심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김 시장=
혁신도시가 구도심으로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인구가 그쪽으로 이동하고 구도심은 공동화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전북혁신도시의 경우 4만여 명이 늘어났는데 80% 이상이 구도심과 주변 지자체에서 유입됐다. 공공기관이 추가로 이전된다면 신도시를 만들기보다 구도심으로 가야 한다. 도시 팽창이라는 문제도 막을 수 있다.

▽김 총장=
구도심이 공동화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대학이 구도심에 들어가서 평생교육을 하고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한다. 구도심의 빈 주택은 학교 기혼자 숙소나 외국 유학생 거주 공간으로 활용하면 된다.

▽송 위원장=
153개 공공기관을 이전해서 10개 혁신도시를 만들었다. 혁신도시의 핵심 목표는 공공기관이 오고, 관련 기업들이 오는 것이다. 창업의 여건을 조성하고, 필요한 인재를 지역대학이 공급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 발전의 거점으로 삼자는 게 목표다. 이전된 혁신도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구도심으로 이전하는 게 좋다면 그런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전북대가 가진 핵심 역량이 전주시 발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김 총장=
전주시가 추진 중인 탄소·수소에너지나 농·생명, 식품 관련 산업의 육성과 신사업 발굴에 있어 연구개발과 전문 인력 양성과 같은 대학의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북대는 농·생명, 빅 데이터, 블록체인 등 전주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학문적 역량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지만 전북대 출신들이 대부분 이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간다. 고용 조건과 복지 등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대학이 힘을 모아 500억 원 매출 기업을 1000억 원으로 만들고, 1000억 원짜리는 2000억 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산·학·연 협력의 거점 역할을 하는 산학융합플라자 프로젝트를 지자체와 같이 협력해서 성공시키고 싶다.

▽김 시장=
이번에 대학주도성장팀을 만들기로 했다. 대학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다. 혁신도시와 관련해서도 혁신도시지원팀이 신설된다. 한두 달 뒤 조직 개편이 완료된다. 올해 초 전북대 총장과 함께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산학융합플라자 건립 사업비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됐다. 전주시도 5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주시의 독자적인 교육 정책인 ‘야호 프로젝트’도 전북대의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본다. 대학 지원과 독창적인 교육 정책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도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그동안 혁신도시에서 대학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전북혁신도시에는 연구 공공기관들이 많아서 대학과 협력할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


▽송 위원장=
이제부터는 혁신도시를 혁신도시답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시와 전북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도시다. 전주시장과 전북대 총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명백하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협력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할 것이다.

―전북혁신도시와 관련해 전북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김 총장=
전북대는 전북혁신도시와 바로 붙은 6만 평(약 20만 m²)을 갖고 있다. 이 부지를 전북혁신도시와 전북대의 미래 캠퍼스로 생각하고 있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혁신도시·대학·지자체가 공존할 수 있는 계획을 전주시와 함께 세우고 싶다. 우선은 농·생명 바이오라고 생각한다. 신설 약대의 R&D센터 건립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와 대학을 묶어서 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은 혁신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인재를 공급할 수 있다. 지역대학 출신 우수 인력들이 혁신도시의 공공기관에서 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혁신도시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전북혁신도시와 관련한 전주시의 구상은 무엇인가.


▽김 시장=
수도권 공공기관들의 지역 이전은 건물과 몸만 내려온 셈이다. 혁신 성장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다. 대학과 협력해 인재를 키워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계기로 전주시는 관련 대학들과 함께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혁신도시에 기관과 기업이 들어오고 대학이 인재를 키워내면 그게 혁신 클러스터(기업 기관 대학 등이 한데 모여 경쟁 우위를 확보한 지역)가 된다. 대학을 충분히 활용해 진정한 의미의 혁신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와 완주군으로 나눠진) 전북혁신도시의 행정구역 통합도 필요하다.

▽김 총장=
혁신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지역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인재 영입 노력도 중요하다. 전북대는 동남아나 중남미의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고 애쓰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전북대에서 교육받고 그냥 가버리면 우리 지역과 연계가 안 된다. 실리콘밸리를 보라. 50% 이상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유학생 출신이다. 우수한 외국 인력이 전북대로 유학을 오는데 그들이 여기에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북혁신도시가 농·생명, 금융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 되려면 외국 우수 인력들이 필요하다.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 채용률이 19.5%로 전국 평균(23.4%)을 밑도는데….


▽송 위원장=
지역인재 채용률을 2022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전북혁신도시의 농촌진흥청 박사만 1500명이고 전북대가 농·생명 관련 연구 기반을 잘 갖추고 있다. 인재들이 배출되고 전주시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면 채용도 늘어날 것이다. 선도 기업들이 혁신도시에 있어야 하는데 어떤 인센티브를 주고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김 시장=
전주시도 지역인재를 키우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학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