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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만족도 높아” vs “기초학력 떨어질 우려”

입력 | 2019-10-24 03:00:00

경기 혁신학교 10년, 평가 엇갈려




경기 수원에서 초등학교 1, 3학년 자녀를 둔 김모 씨(40·여)는 내년 초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다른 도시로 이사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다. 현재 자녀들이 혁신초등학교를 다니는데, 일반초등학교에 다니는 또래에 비해 학업이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자율적인 것도 좋지만 일반 교과과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할 때도 있다”며 “학업 성적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도입 10주년을 맞은 경기 혁신학교는 2009년 13곳을 시작으로 현재 664곳으로 늘었다. 전체 2397개 학교 중 27.7%에 달한다. 이재정 교육감은 “혁신학교는 주입식 교육에서 학생중심 교육으로 바뀌는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학교 관련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이 체험과 토론 등에 참여해 스스로 배우는 창의적 교육을 목표로 설정했다. 교사마다 자율적인 교육 방식으로 수업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반면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라는 부정적 평가도 공존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이런 상황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7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학생 83.5%가 혁신학교에 ‘매우 만족한다’ 또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학부모와 교사도 각각 76.3%, 78.1%로 조사됐다.

기초학력 저하에 대해서 우려가 많았다. 학부모 41.1%와 교사 38.0%, 학생 25.0%는 혁신학교에 다니면 ‘기초학력 수준이 일반학교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기초학력 수준이 일반학교보다 올라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교사 6.9%, 학부모 5.2%, 학생 25%에 그쳤다. 실제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고교 11.9%, 중학교 5.0%로 전국 평균(고교 4.5%, 중학교 3.6%)보다 높다.

이재철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심지어 학생들도 혁신학교에 다니면 기초학력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혁신학교들도 뚜렷한 학업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들이 안심하며 취지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학부모 79.7%는 사교육이 ‘매우 필요하다’라고 답하거나 ‘대체로 필요하다’고 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한 학부모(47)는 “혁신학교에서 기존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을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다 보니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혁신학교 교육 내용과 대학입학시험이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학에 진학하려면 교과과정에 충실해야 하고 결국 창의적인 교육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혁신학교 지정 비율도 상급학교로 올라가면 점차 줄어든다. 혁신학교는 초등학교 378곳이 지정됐지만 중학교 217곳, 고교 69곳에 불과해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만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도 대학 입시를 고려하지 못하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