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 소득주도성장 대신 10차례 ‘투자’ 강조
사진출처=뉴시스
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 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돈을 풀어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소득 확대 등 기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언급 없이 10차례에 걸쳐 ‘투자’를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교통망 확충 등 세 차례에 걸쳐 ‘건설 투자’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 왔다”며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생활 SOC 사업으로는 경기침체 방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엔 제대로 건설 투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앞서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은 “건설경기가 2018, 2019년 0.7¤0.8% 정도 경제성장률을 깎아먹고 있어 (경제에 미친) 충격이 굉장히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계획된 주택 건설 시기 등을 앞당기라는 의미지 새로운 건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며 고용 지표 개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가 가장 아픈 부분”이라며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국 사태’로 20대 여론 악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청년 일자리 대책 등 적극적인 고용 정책을 당부한 것이다.
● 이틀 연속 긴급회의 개최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이날 회의는 하루 전인 16일에서야 개최가 확정될 정도로 급하게 마련됐다.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던 문 대통령은 이틀 연속 예정에 없던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이례적인 ‘긴급 회의 릴레이’는 집권 후반부를 앞두고 전열 재정비를 통해 공직 사회를 다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경제 등 핵심 국정 과제는 앞으로도 문 대통령이 직접 흔들림 없이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는 “사안에 따라 (문 대통령과 장관들이) 자주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현장 방문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곧 있을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경제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 의지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