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하지 않더라도 다음 대본을 볼 수 있을까요?”
보통 출연 동기를 묻는 질문에 배우들이 으레 “대본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그런데 ‘동백꽃…’ 대본은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군복무 중 이 드라마 대본을 접한 배우 강하늘도 “흔히 볼 수 없는 드라마였다”며 반했다. 해외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CG)으로 치장한 화려한 볼거리나 극을 이끄는 사악한 악역도 없는데. 첫 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으로 출발하더니, 10일 14.5%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동백꽃…’의 서사는 여러모로 임 작가의 전작들을 빼닮았다. “옆집 뚝배기 개수까지 아는” 좁은 마을 옹산에서 동백은 술집을 운영한다. 고아 출신 미혼모이자 외지인인 탓에 동네 터줏대감들의 질시를 받는 동백은, 18년 만에 섬으로 돌아와 마을사람들과 갈등하는 KBS ‘백희가 돌아왔다’(2016년)의 미혼모 백희(강예원)가 겹쳐진다.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서도 곳곳에 연쇄살인마 까불이에 대한 섬뜩한 ‘떡밥’들을 끼워 넣어 극의 긴장감도 놓지 않았다.
“동백 씨도 화풀이 할 사람 한 사람은 필요하죠? 기냥요. 강남에서 뺨 맞으면요, 저한테 기냥 확 똥 싸요!”
“개두요, 제일로 귀여운 거는 똥개에요” “동백 씨는 그릇이 대자여 대자” 등 특정 소재를 비유하며 내뱉는 짧은 대사의 말맛도 시골 소시민들의 삶에 잘 어우러진다. ‘흙수저’ 청년의 현실과 연대를 담은 KBS ‘쌈 마이웨이’(2017년)처럼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여전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약자의 처지를 뒤집어 판타지를 선사하는 대신, 투박하면서 처지에 맞는 위로와 희망을 주기에 더욱 공감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