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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여성의 뒤를 쫓아 집까지 들어가려고 시도했던 3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강간미수 혐의를 무죄로 봤다.
강간죄를 범하려는 의도를 추단하기 힘들고, 설령 의도가 있었더라도 ‘실행 착수’가 인정되지 않으면 해당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남성이 피해자가 사는 공동현관을 통해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와 공용계단, 복도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돼 주거침입죄가 적용, 실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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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지난 5월28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에서 귀가 중인 20대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피해자의 원룸 침입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사건 당일 피해자의 원룸까지 200여m를 뒤따라가 피해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뒤 현관까지 따라갔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그는 10여분간 벨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고 ‘물건을 떨어뜨렸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씨가 문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며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준 행위에 강간죄의 ‘실행 착수’에 해당하는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고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결심공판에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씨가 피해자 집까지 따라 들어가려 했고, 과거 길 가던 여성을 강제추행할 때처럼 갑자기 모자를 꺼내 쓴 점 등을 보면 강간 의도가 의심되지만, 강간미수죄는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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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조씨는 엘리베이터에서 곧바로 폭행·협박에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조씨로서는 피해자가 혼자 사는지, 동거하는지를 알지 못해 엘리베이터보다 주거지에 침입하는 것이 범행으로 나아가기 훨씬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미수’ 사건의 경우 고의를 함부로 추단할 수 없고 객관적 행위를 비롯한 간접사실을 기초로 죄를 범하려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의도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인이나 강도 등 강간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 했을 가능성도 있어 ‘강간 고의’를 특정해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강간, 강제추행, 살인, 강도 등 각종 범죄에 관한 고의 중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법관 임의로 하나를 선택해 처벌한다면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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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고의를 가진 채 실행 착수를 전제로 하는 강간미수 공소사실은 ‘범죄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로 판단됐지만, 공소사실 범위 내에 있는 주거침입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조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합의를 이룬 피해자가 조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한 점, 피해자가 있는 서울에서 다른 곳으로 주거를 옮긴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다만 “이번 범죄는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선량한 시민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줬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거침입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상으로 강간 범행 착수로 보기 어렵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주거침입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피해자 주거의 평온을 해치면서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한 사실만으로도 조씨를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