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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플로 “한국, 개도국 빈곤 퇴치 좋은 사례”

입력 | 2019-10-16 03:00:00

노벨경제학상 여성수상자 기자회견
“노벨상 받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홀대 때문 아닌 학계통로 좁은 탓
흑인 등 소수계층에도 기회 더 줘야”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왼쪽)가 14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MIT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연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인 그는 이날 “경제학계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스턴=AP 뉴시스


최연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겸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47)가 14일(현지 시간) 보스턴 MIT 교내에서 수상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등 경제학계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벨상 같은 큰 상을 받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상을 주는 사람들이 여성을 홀대해서가 아니라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소수계층을 위한 경제학계의 통로가 충분히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회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으로서 제가 다른 사람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MIT 교수이자 남편인 인도계 미국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58), 하버드대의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55)와 함께 빈곤 퇴치를 위한 실험적 연구와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뒤플로 교수는 “경제학계의 분위기가 약간 거칠고 공격적이다. 나는 큰 문제를 느끼지 않았지만 다른 여성들에게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벨상이 사회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 분야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하고 흥미롭다”며 개발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MIT에서 사제지간으로 바네르지 교수와 만나 부부의 연까지 맺었다. 29세에 MIT 최연소 종신 교수로 임용됐고 2010년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클라크 메달을 받으며 일찌감치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다. 킴벌리 앨런 MIT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바네르지와 아내’ 대신 ‘뒤플로와 남편’으로 불러 달라고도 요청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콘퍼런스 콜을 요청했는데 여성을 원한다고 하더라. 나는 자격 미달이어서 침대로 되돌아갔다”는 농담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개발도상국 빈곤 퇴치의 좋은 사례’라고 언급했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 퇴치에 성공한 한국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국가별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네르지 교수도 “한국은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기술과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