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상황실장 "전일빌딩 향한 헬기 사격 봤다" "1980년 5월27일 새벽 계엄군 도청 진입 직전" 또 다른 증인 "헬기서 로프타고 계엄군 내려와"
39년 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 조비오 신부와 함께 성당 앞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시민 3명이 증인으로 출석, 그날의 기억을 증언했다.
이 씨는 “성당에 있던 고 조비오 신부도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조 신부와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목격 이후 무서워서 성당 신협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장면을 목격한 조 신부께서 ‘이리 좀 와 보소’라며 나를 불렀다. 또 ‘헬기에서 기총 사격을 하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이 씨는 “조 신부께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고 조 신부와 같은 장소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이다.
박 씨는 “시민군을 경계 배치하는 과정에 경광등 같은 빨간 불빛과 함께 기총 소사 장면을 목격했다. 헬기의 고도는 전일빌딩 높이로 보였다. ‘드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같은 날 새벽 도청 안에 있던 다른 시민군도 헬기 사격을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전남대 학생 신분으로 총기 회수 업무를 담당했다는 증인 김모 씨는 “도청 쪽문 주위에서 소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다.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공격이 시작된 뒤 도청 상공에 나타난 헬기에서 군인이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강하던 군인이 총을 쐈는지 헬기에서 직접 발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 경계 근무 중이던 친구가 헬기 쪽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 씨는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