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이 셋 모인 창의력의 결과물 하루 1시간 이상 시청자가 세계 10억 명 우리 사회서는 갈등 증폭시키는 부작용도 확증편향적 사고 일조해 청소년에 큰 문제 정부 학계서 유튜브 그림자 대책 마련해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유튜브는 2005년 미국에서 20대 젊은이 세 명이 공동 창업했는데, 바로 다음 해 구글이 회사를 인수했다. 현재의 기업가치는 800억 달러(약 96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창업자 셋은 각기 미국, 대만, 그리고 방글라데시 태생으로,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했을 때 피어나는 높은 창의력의 결과가 유튜브인 듯싶다.
유튜브에서는 음악, 다큐멘터리, 강의, 영화 등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영상물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매분마다 500시간 정도에 해당되는 영상물이 유튜브에 새로 올라오고, 또 사람들은 이들 시청에 매일 10억 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 즉, 하루 한 시간씩 유튜브와 마주하고 있는 사용자가 세계에 적어도 10억 명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가 전달력이 가장 좋은 영상으로 들어 있기에 유튜브는 검색엔진으로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종로구 인사동 맛집’을 찾을 때 이제는 전통의 포털사이트와 더불어 유튜브도 많이 이용한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유튜브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싶다. 유튜버는 함께 실리는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이는 조회수에 비례한다. 여하튼 유튜버의 첫 번째 목표는 많은 이의 관심을 끄는 것이기에, 이를 위해 비합리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물론 심지어 거짓 정보까지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를 들면 ‘지구는 평평하다’ 혹은 ‘인간의 달 착륙은 거짓이었다’ 같은 주제로도 수백 개의 비디오를 찾을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에 빠져들었다가 이런 황당한 주장을 사실로 믿는 이도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유난히 심한 이념갈등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극단의 사람들이 올리는 유튜브 영상들에 의해 이러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상대방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심지어는 근거 없는 사실까지 곁들여 증오를 불러오는 자극적인 주장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구글은 자체적으로 비합리적인 영상을 스스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의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영상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능은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에 구글은 AI, 즉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용자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계속 추천해 준다. 이는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를 유튜브에 오래 잡아두기 위함인데, 그로 인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접하는 일은 오히려 크게 방해받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념갈등의 한 축에 한번 들어서면 같은 주장의 영상들만이 계속 추천되기에 점점 그곳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즉, 유튜브는 이용자가 스스로의 믿음을 확인하고 재확인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소위 ‘확증편향적’ 사고(思考)에 빠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는 특히 자기절제가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큰 문제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이 단순하고 편리한 유튜브를 이용할 것이기에 그 영향력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무엇이든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어린이들까지도 유튜브에 매달리고 있으니, 학부모들은 우선 자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기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 혹은 학계가 나서서 유튜브 시대의 그림자를 연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찾아야 할 것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