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고 선박 ‘한국선원 구조 드라마’… 전도 뒤 화재로 선내 진입 지연 17시간 만에 ‘똑똑똑’ 생존 신호… 7.6cm 구멍 내 물-음식 전달 기관실 부근 통로 뚫어 전원 생환… 文대통령, 트럼프에 감사 서한
10일 오전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된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에 갇혀 있던 마지막 한국인 선원이 구조돼 육지로 걸어오고 있다(왼쪽 사진). 9일 전도된 골든레이호 근처에 정박한 예인선과 구조대원들. 미 해안경비대 트위터 캡처·세인트시먼스=AP 뉴시스
구조보트에서 내려 맨발로 걷던 남성이 일곱 번째 발걸음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담요 안의 양손은 가슴 앞에 기도하듯 모아져 있었다. 잠깐의 순간이 지나자 그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좌우로 흔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구조돼 육지를 밟은 순간은 그렇게 행복했다. 배에 갇힌 지 41시간 만이었다.
9일 오후 6시(한국 시간 10일 오전 7시). 선박 내부에서 마지막 남은 선원 1명이 나오면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 안에 고립됐던 한국인 선원 4명이 전원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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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구조가 활기를 띤 것은 배 안에서 ‘생존 신호’가 들려오면서부터였다. 오후 6시 13분경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배를 두드리는 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USCG 소속 존 리드 대령은 “그 소리는 정말로 구조팀에 동기를 부여했다”며 “선원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음 날 오전 7시 바로 헬기와 구조인력이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낮 12시 46분 해안경비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4명이 모두 살아 있다”고 알렸다. 선원들은 드릴로 뚫은 선체의 구멍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름 7.6cm의 작은 드릴 구멍 3개로는 물과 음식이 전달되기도 했다. 생존자들이 허기를 채우고 탈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안경비대는 선체를 떼어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불똥이 튀는 용접 방식 대신 드릴을 이용한 분해 작업을 진행했다. 해안경비대는 20∼30분 간격으로 ‘생존 신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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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여러분!(Thanks, guys!)”
김예윤 yeah@donga.com·박효목 기자 / 브런즈윅=김정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