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억개 생산되는 일회용컵 일반쓰레기통-길거리에 버려져 재활용 못하고 소각이나 매립 환경부, 보증금제 재도입 검토
6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구내 쓰레기통. 재활용과 일반용으로 구분돼 있지만 일회용컵이 분리되지 않고 뒤섞여 있다. 일회용컵은 한곳에 모아 분리 배출해야 재활용이 쉽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각각 일반과 재활용으로 표기된 쓰레기통을 확인했다. 두 곳 모두 일회용컵이 버려져 있었다. 음료수거통이 옆에 있었지만 음료가 그대로 담긴 채 버려진 것도 많았다. 시청역 관계자는 “쓰레기통에서 컵을 꺼내 남은 음료를 붓고 따로 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청역에서만 하루 평균 80L들이 봉투 11개 분량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그중 일회용컵이 봉투 6개를 차지한다.
커피와 같은 음료 소비량이 늘면서 일회용컵 사용량도 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 성인이 연간 마시는 커피는 2012년 288잔에서 2016년에는 377잔으로 늘었다. 일회용컵 생산량은 2010년 179억 개에서 2015년엔 257억 개로 늘었다. 그만큼 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양도 증가했다.
○ 보증금제 ‘재도입’ 여론 커져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소비자가 텀블러 등 다회용컵이 아니라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사갈 때 보증금을 받고, 추후 이를 반환할 때 되돌려주는 제도다. 이미 한 차례 시행한 적이 있다. 2003년 환경부와 업계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어 컵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그러나 미반환된 보증금이 일부 기업의 홍보비 등으로 사용되는 등 용도가 불분명했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난이 일어 2008년 3월 폐지됐다.
자발적 협약이 아닌 법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과 송인숙 의원이 각각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환경부가 투명하게 기금을 관리하게 해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민들은 대체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환경부가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8.6%가 일회용컵 사용 증가를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컵 보증금제도 도입에 대해선 71.4%가 찬성했다. 또 응답자의 61.8%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텀블러 등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 일회용컵 보증금제, “경제성 있다”
또 환경적으로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도 규명했다. 실제 텀블러와 머그컵, 플라스틱 일회용컵과 종이 일회용컵의 전 과정(생산부터 폐기)을 놓고 계산할 때 텀블러와 머그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낮았다. 음료 1만 잔을 마신다고 가정할 때 텀블러는 0.147kg, 머그컵은 160kg, 홀더와 뚜껑이 있는 종이컵은 546.21kg,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컵은 1097.07kg이었다.
6일 제11회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시작됐지만 테이크아웃으로 여전히 일회용컵이 쓰인다”고 지적하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일회용컵의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최소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