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고질병 터진 ‘조국 청문회’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습.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이 대목을 읽자 청문회장 곳곳에서 ‘큭’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당이 조 후보자 딸이 201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휴학계를 낼 때 첨부한 병원 진단서를 요청하자 조 후보자 측이 대신 조 씨의 과거 페이스북 글을 캡처해 근거로 제출한 것. 조 후보자는 “제 아이가 지방에 있는데 지금 어떻게 서울에 와서 진단서를 끊을 수 있겠느냐”고 맞받았다. 하지만 해당 자료는 야당에서 청문회 수일 전부터 여러 차례 제출 요청을 해온 것이었다.
#2. “학교를 이전하면서 동남은행으로부터 30억 원, 5억 원 학교 공사비 충당한다고 빌리거든요.”(한국당 주광덕 의원)
“그 내용도 잘 모릅니다.”(김형갑 웅동학원 이사장·82)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여야가 합의한 11명의 증인 중 김 이사장 단 한 명만 출석한 가운데 이런 ‘허무개그’ 같은 장면도 연출됐다. 법적으로 출석 강제성이 없어 증인으로 채택된 나머지 10명은 청문회에 나오지도 않았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한 번 불거져 나오게 만든 대표적 장면들이다.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여야가 법정 기한(5일) 내에 증인 채택 합의에 실패하면서 ‘맹탕 청문회’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오죽하면 일각에선 “검찰이 청문회를 살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청문회가 끝날 때쯤 검찰이 조 후보자 부인 정모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한 게 야권이 조 후보자 낙마를 요구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됐다는 얘기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는 결과론적이지만 ‘부실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은 물론이고 청문회 기한과 대통령의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에 대해 여야가 제각각 유리한 대로 해석해 주장했기 때문이다.
○ 증인 채택부터 꼬인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요구도 여야 기 싸움의 단골 소재다. 청문회 당일에도 조 후보자가 요청 자료를 내지 않자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엉뚱한 자료를 갖다 냈다”며 찢어버리기도 했다.
청문회 기간도 오락가락했다. 인사청문법에는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고, 20일 이내에는 보고서 채택 등 인사청문 과정을 마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9월 2, 3일 이틀간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자 여당은 “8월 14일 송부 시점으로 보면 9월 2일까지가 법정 기한이라 2일 하루만 가능하다”며 맞섰던 것. 결국 한국당 주장대로 여야가 9월 2, 3일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긴 했지만, 법정 기한을 무시한 채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마저도 무산됐다가 재송부 기한 마지막 날인 6일에 청문회가 열렸다.
○ 보완 법안들 발의 산적…60건 넘게 계류
도덕성과 정책역량을 분리 검증하고,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미국식 청문회’ 방식의 개선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윤리성검증 인사청문회(비공개)’와 ‘업무능력검증 인사청문회(공개)’로 나눠 2단계 청문회를 개최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청와대의 사전검증 강화를 통해 청와대 검증에 사용된 사전질문 답변서 등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최우열·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