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차 시대 주유소의 진화 국회 정문옆 세계 첫 수소충전소… 깔끔한 디자인에 은은한 조명 건물내부에 구름다리 전망대, 외벽에 철망 씌워 독특한 외관 한유그룹-서울석유 사옥도 눈길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0일 국회 내 수소충전소 개소식이 열린다. 전기차, 수소차 시대를 앞두고 도심 주유소 중 일부는 지붕 위에 건물을 지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유리창 음영이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 관악구 한유그룹 사옥, 서울 중구 경동교회 옆 서울석유 본사 빌딩, 1층에서 주유하고 패스트푸드도 즐길 수 있는 서울 서초구 SK주유소 빌딩.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OCA 제공
10일 개소식을 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소충전소는 세계 최초로 국회에 들어서는 수소충전소다.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승인된 뒤 5월 말 착공해 3개월 만에 공사를 마친 서울 내 첫 번째 상업용 수소충전소이기도 하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단순하고 깔끔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수소탱크를 저장하는 메인 건물에는 두꺼운 철근콘크리트를 썼고, 건물 외벽은 저탄소 친환경 소재인 유글라스(U-glass)로 감쌌다. 반투명한 재질의 유글라스는 밤에 조명이 켜지면 부드러운 흰색을 뿜어낸다. 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임재용 OCA 대표는 “안전을 고려한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가볍고 경쾌한 디자인을 통해 맑고 깨끗한 청정 수소에너지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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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유소는 대로변의 좋은 위치에다 부지도 300∼400평(약 990∼1300m²)으로 넓어 오피스텔이나 상가 건물로 신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를 이어 주유소를 운영해온 경우에는 주유소를 포기하지 않고, 1층 주유소 지붕 위에 건물을 짓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단로의 서울석유 사옥은 한국 1세대 건축가 고 김수근의 작품인 경동교회 건물 바로 옆에 있다. 1, 2층 주유소 위에 새로 올린 정방형 건물은 얇은 회색 철망이 씌워져 있다. 이 건물 내부 계단에서는 경동교회를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붉은 벽돌과 담쟁이 넝쿨로 둘러싸인 경동교회가 무거운 침묵이라면, 건물 6, 7층에 사선형으로 유리관을 박아 외부와 내부를 개방한 이 건물은 공중에 떠 있는 듯 가벼운 느낌의 건축물로 어우러진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낙성대입구 교차로에 있는 한유그룹 사옥은 1, 2층에 자리 잡은 셀프 주유소 위로 주변을 압도하는 스케일의 건물이 올라가 있다. 시시각각 음영을 달리하는 유리창이 돋보이는 데다, 심장부에 사각형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 건물 앞뒤의 풍경을 소통하게 하는 구멍에는 서로 다른 각도로 구름다리가 엇갈린다. 건물 내부 구름다리는 관악산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대이기도 하다.
주유소는 이제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세차도 하며, 식사를 해결하는 도시 속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개발원입구 사거리의 SK주유소 건물은 회오리치듯 사선 띠가 3층부터 둘러싸고 있어 행인들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1층에 주유소와 드라이브 스루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섰고, 상부 층은 사무실 식당 갤러리 등으로 사용하는 복합 문화공간이 됐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