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는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국난’이라 표현할 정도로 화두로 떠올랐다. 군사안보 전문가가 “일본의 가장 큰 안보과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노인들은 일손 부족으로 정년이 연장된 데다 장수가 가져다준 끝을 알 수 없는 ‘노후(老後)’ 탓에 쉴 새 없이 일하며 사회에 짐이 될 시간을 늦추려 애쓴다.
▷이런 풍경들을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보던 한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45년 한국은 일본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고령화율 37%)가 된다고 통계청이 예측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 탓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이라 하니 일본의 1.43명(2017년 기준)과 비교해도 한참 낮다. 생산가능인구도 줄어 2067년이면 인구 절반이 일해 나머지 절반(생산가능인구 100명당 102.4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은 100명당 14명에서 30여 명으로 늘어나는 정도다.
▷곧 추석이다. 피라미드 구조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를 정점으로 아랫세대로 갈수록 바글바글대는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우리네 명절 풍경이었다. 이러다간 집안 구석구석 뛰어다니는 손주들로 정신없으면서도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런 북적댐이 추억처럼 그리운 사라진 풍경이 될까 걱정이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