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나고야, ‘소녀상 전시중단’ 예술제에 비용 미지급 ‘배짱’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돼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NHK 캡처) © 뉴스1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시장이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논란이 일었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시 부담금 일부 지급을 보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가와무라 시장은 간부 회의에서 “나고야시는 아직 (시 부담금 중) 3000만엔(약 3억4200만원)을 지불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할지 문제다”며 “국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동 보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와무라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가 미납된 부담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개최비용은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올해 트리엔날레 나고야시 부담금은 약 1억7100만엔이다.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나고야시의 부담금 미지급은 있을 수 없다”며 “실행위원회에서 이미 예산을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신카이 사토시 나고야 시민옴부즈만 변호사는 “시의회가 예산을 의결해도 시장이 지출 명령을 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획전 테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은 표현의 자유 억압에 해당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 <아사히신문 디지털편집부 트위터 갈무리>

앞서 가와무라 시장은 지난달 1일 개최된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해 ‘예술 검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과 한반도 침략 주범인 쇼와(昭和) 일왕(히로히토·裕仁)의 사진을 태우는 영상 등이 전시돼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았다.

가와무라 시장은 “공공사업으로 적합하지 않은 작품에 편익 제공을 중지하는 일은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정치적 주장이 따르기 때문에 많은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지난달 2일 “(보조금 지원 여부를) 심사하던 시점엔 구체적인 전시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면서 “보조금 교부 결정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밀히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해갈 것”이라며 7800만엔 상당 보조금 교부 철회를 시사하기도 했다.

트리엔날레 주최 측은 그 다음 날인 3일 바로 기획전을 중단했고, 이에 일본 문화예술계에서는 “정권이 보조금을 빌미로 소녀상 전시 중단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