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한국YMCA 강당 ‘스페이스Y’에서 열린 ‘한국이 적인가-긴급집회’ 행사에 참석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웃 국가를 무시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400여 명의 일본 지식인들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15분 전 약 220석의 좌석이 꽉 찼고 통로 등에도 참가자들이 몰리자 주최 측은 무대 위 빈 공간에 의자를 놓으며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집회는 와다 교수를 포함한 교수 변호사 등 78명의 지식인들이 마련했다. 이들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로부터 제외 등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조치가 잇따르자 지난 달 25일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인터넷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에 게재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현재 9375명의 일본 시민들이 찬성 서명을 했지만 아베 정권의 자세가 바뀌지 않자 ‘오프라인 집회’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와다 교수는 연설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베 총리는 1997년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국회의원 모임’의 사무국장으로 맡으며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부정해왔다”며 “한국이 필요 없다고 하는 정책의 결말은 ‘평화 국가 일본’의 종말”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내년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바로 이웃을 무시하는데 (올림픽을 열어) 세계 여러 나라의 손님들을 맞이할 자격이 있겠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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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가키 유조(板垣雄三) 도쿄대 명예교수도 “일본은 2차대전 중 침략 전쟁을 했다는 사실, 식민지 치하에서 한국에 한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고 있어 ‘뒤처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이 반성이 없어 세계화 시대 고립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발표한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는 “일본은 개인의 보상 청구권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데 아베 정권은 유독 한국에만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