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익보다 자기명성 중시… R&D투자-M&A에 관심 많아 보고서 날인 서명도 커지는 경향… “자기과시와 업무역량 구분 필요”
미국 워싱턴대 공동 연구팀은 지속적인 칭송을 받기 원하는 나르시시스트 최고경영자(CEO)들의 투자 활동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나르시시스트인 CEO들이 회사의 이익보다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투자 활동에 주목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나르시시스트 CEO는 연구개발(R&D) 활동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낼 경우 CEO 개인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미디어의 관심을 끄는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많을 것이란 가설이다. 이 거래를 통해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연구팀은 1992년부터 2015년까지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CEO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CEO 서명의 크기는 사업보고서에 날인된 서명을 이용해 측정했다. 실증 분석 결과 CEO 서명의 크기가 커질수록 기업의 R&D와 M&A 지출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영 성과는 어떨까. 총자산이익률(ROA)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비교해본 결과 나르시시즘이 강한 CEO의 경영 성과는 그렇지 않은 CEO보다 유의하게 낮은 경향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보수는 경영 성과와 비례하지 않았다. 나르시시즘 CEO와 기업 성과 간의 부정적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본인 스스로 창의적이며 건설적이라 믿으며 주변인들에게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사회 구성원 또는 투자자들이 CEO의 나르시시즘을 업무적 역량이나 리더십과 구별해 인지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