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순찰중 훼손 사실 발견, 상부에 보고도 않고 조사 마무리 내부 불만자 소행으로 자체결론 외부침입 배제… 경계실패 은폐 의혹
군 보안방첩을 총괄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가 석 달 전 주둔지 내 울타리(철조망)가 훼손된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침입의 가능성을 숨기고, 경계 실패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안보지원사에 따르면 5월 22일 오후 사령부 내 운동장 인근의 경계 철조망 일부가 절단된 사실이 순찰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초기 대응조를 출동시켜 훼손 지역의 수색 정찰을 실시하고, 병력·장비·시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결과 추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울타리의 중·하단 부분이 절단된 뒤 그대로 방치됐고, 울타리 외부에서 훼손 지점까지 접근한 흔적이 없으며 절단면이 안에서 밖으로 잘린 모양 등을 근거로 외부 침입이 아닌 내부 불만자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안보지원사는 밝혔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의 해편 지시에 따라 기무사를 해체하고, 안보지원사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대원들이 원소속 부대로 복귀 조치됐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내부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감찰실 등에서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안보지원사는 설명했다. 아울러 주둔지 순찰·감시활동을 강화하고 10월까지 폐쇄회로(CC)TV와 침입감지용 광센서를 추가 설치하는 등 경계 보완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안보지원사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고 누락 등 은폐 의혹을 살 만한 여지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령관의 공석 장기화에 따른 기강 해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 5월 군 정기 인사에서 남영신 전 사령관의 대장 진급 이후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안보지원사령관은 지금껏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군 당국자는 “내부자 소행으로 최종 판명 날 경우 사령관 부재 등으로 군 보안방첩 책임부대의 기강이 안에서부터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