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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거부 부친 강제로 먹여 질식사…2심도 집행유예

입력 | 2019-08-21 11:48:00

음식물 거부하자 폭행하고 강제로 먹여 사망
1심 "사망 예견 못 했다" 징역 10월·집유 2년
2심 "예견가능성 인정" 징역 2년6월·집유 3년




아버지를 병 간호하던 중 폭행하고 강제로 음식물을 먹여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1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28)씨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김씨의 존속상해치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1심과 달리 예비적 공소사실 중 존속폭행치사를 유죄로 보고 형을 올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미 사흘간 음식을 먹지 못해 쇠약해진 데다 김씨의 구타로 더욱 약해진 상태였다”며 “이런 피해자의 목을 젖히고 보충제를 강제로 마시게 하면 기도가 막혀 질식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일반인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판단돼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존속폭행치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나 이를 유죄로 인정하는 것은 김씨가 사망에 대해 인식했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 입장에서 객관적 예견 가능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김씨가 사건 직후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에 신고해 구호 노력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월1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씨는 “아버지가 식사를 거르고 있을 때 생에 의지가 없어 보일 정도로 포기한 것으로 보였고, 죽음을 거의 접촉하는 상황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음식물을 어떻게든 먹여야 한다는 것이 이런 상황까지 됐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피해자인 아버지를 부양하던 중 음식을 거부하자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강제로 음식물을 먹여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아버지가 2015년부터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자 홀로 부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김씨는 보충제를 먹이려 했지만 아버지가 거부하자 폭행하고 억지로 먹여 기도가 막혀 사망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김씨가 간호가 필요한 아버지를 폭행해 상해를 가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김씨가 보충제를 먹게 한 것 때문에 아버지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