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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베트남 어린이에 ‘새 생명 선물’

입력 | 2019-08-09 03:00:00

인천시-길병원, 亞 의료지원 사업… 필리핀 등 8개국 129명 무료 수술




지난달 가천대 길병원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베트남 어린이들과 의료진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지난달 26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심혈관센터. 이 병원 의료진이 선물한 장난감을 든 베트남 어린이 2명이 각기 어머니 품에 안긴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병원을 나섰다. 이들은 복합적인 심장 기형을 갖고 태어나 당장 수술이 필요했던 환자였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애태워 왔다.

호찌민시에서 자동차로 8시간이나 걸리는 외딴 시골에 살고 있는 버광빈 군(2)의 부모는 한 달 수입이 30만 원에 불과해 약값을 감당하기도 벅찼다. 버광빈 군의 심장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수준을 갖춘 현지 병원도 없었다.

그러다 길병원 의료봉사단이 5월 호찌민시에서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검진한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34)는 버광빈 군을 안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의료진은 100여 명이 넘는 어린이 환자를 진료한 결과 수술의 시급성, 비행기 탑승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해 버광빈, 쩐황바오로 군(3)과 이들의 부모를 지난달 8일 인천으로 초청해 같은 달 11일 수술에 들어갔다.

위기도 있었다. 워낙 심장의 기형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또래에 비해 몸무게가 2, 3kg나 적었고, 청색증이 심각해 수술한 뒤 폐에 물이 차는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의료진이 정성껏 보살핀 덕에 이들은 같은 달 24일 완치 판정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버광빈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분홍색 입술을 태어나서 처음 보게 됐다”며 “베트남에 돌아가면 건강한 성인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길병원이 2007년부터 펼치고 있는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가 교류하는 빈곤 국가에서 인도주의적인 의료봉사를 펼치며 인천을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과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 8개국에서 주로 중증 심장병에 걸린 어린이 129명을 무료로 수술해 줬다.

인천시는 현지에서 의료진이 수술 대상자를 선정하면 환자와 보호자를 초청하는 데 드는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한다. 1명당 2000만 원 안팎인 수술 및 치료비는 길병원이 모두 부담하거나 국내 후원기관을 연결해 지원받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술이 잘 끝나 건강을 회복한 어린이들이 출국한 뒤에도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후 관리도 맡고 있다. 이태훈 길병원 의료원장은 “인천의 많은 기업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매년 해외 심장병 어린이들을 초청해 치료하고 있다”며 “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이 건강을 회복해 고국으로 돌아갈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길병원은 20일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진료를 펼친다. 10월 6명을 초청해 수술해줄 예정이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