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 7개월 만에 금리 내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FOMC는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 세계 각국 ‘돈 풀기’ 흐름 이어질 듯
현재 미국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은 오히려 의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연율 기준 2.1%로 양호한 편이고 6월 실업률이 반세기 만의 최저치에 근접하는 3.7%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제조업이 둔화되는 등 성장 엔진이 식어간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또 식품 및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가 상반기 1.6% 상승하는 데 그쳐 연준의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역전쟁 긴장 고조 및 세계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제와 미국 경제의 연계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나 홀로’ 금리 인상이나 동결을 고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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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준은 이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신호를 시장에 내보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한 번만 금리를 내리겠다고 하진 않았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장기 인하 사이클의 시작은 아니다”라며 추가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금리 인하를 두고 ‘매파적(금융 긴축적) 인하’라는 반어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주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시장이 연준에 기대했던 것은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었다”며 “평소처럼 파월은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 한은 연내 또 금리 내릴까
이 같은 연준의 애매한 스탠스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가만히 있는데 한은만 금리를 다시 내리면 두 나라의 금리 차가 더 벌어지고,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준의 결정에 대해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 예상보다 덜 완화적이었다”면서도 “연준이 미국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직 상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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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