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2차 대선후보 토론회 진보성향 두 의원 토론 주도에 맞서 기업가 출신 딜레이니 “비현실적 동화” 인종차별 트럼프, 버지니아주 연설… 뜬금없는 ‘흑인 옹호’로 분위기 어색
“트럼프 고 홈” 민주의원 기습시위 지난달 30일 미국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서 열린 주의회 설립 400주년 기념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위)이 연설하는 도중에 이브라힘 사미라 버지니아주 의원(오른쪽 아래)이 갑자기 뛰어나와 ‘당신의 부패한 고향으로 돌아가라, 증오를 추방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이런 시위자들에게 막말을 하고 창피를 주지만 이날은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제임스타운=AP 뉴시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CNN 주최로 열린 30일 토론회에서는 부유세, 탄소 배출 제로(0) 등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 성향이 강한 워런 및 샌더스 의원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워런 의원은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미국의 무역정책을 좌우하도록 두면 안 된다. 그들은 미국에 충성심이 없고 미 노동자들을 부품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도 “맞다. 미 기업들은 미 노동자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두 사람이 의료보험제 전면 개편, 이민자의 국경 통과 허용 등 급진적 공약을 쏟아내자 기업가 출신 존 딜레이니 전 하원의원은 “현실성 없는 동화(fairy tale)”라고 맞섰다.
최근 연이은 인종차별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 전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서 열린 주의회 400주년 기념식에 등장해 미국의 노예제도 역사를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자신을 비난할 가능성이 커지자 흑인 옹호 메시지로 선제공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는 지난달 14일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인방, 27∼28일에는 흑인인 일라이자 커밍스 민주당 하원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날 연설은 평소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흑인 사회에 대한 칭찬이 지나쳐 어색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타운을 방문하기 직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덜 인종차별적인 사람” “내 말에 찬성하는 이들의 전화가 폭주한다”며 예의 과시적 발언을 이어갔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