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소송비 대납' 추가 51억 뇌물 혐의 최도석 전 사장 "이학수 지시 전달했다" 이학수 "대통령 자금 지원 의미로 생각"
이명박(78) 전 대통령 재판에서 추가된 51억원 뇌물 혐의 관련 진위 확인을 위해 증인으로 소환된 이학수(73)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 지원을 해준 것”이라고 법정 진술했다.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의 기존 뇌물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증언한 데 이어 추가 뇌물 혐의도 인정하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이 전 부회장과 최도석 전 삼성전자 경영총괄담당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28일 이 전 대통령이 430만 달러(약 51억6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송장 자료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 받았고, 이를 근거로 공소장에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경우”라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에 앞서 증인으로 나온 최 전 사장도 “지시라기보다는 이 전 부회장 말을 당시 삼성전자 미국법인 오모 차장에 전달한 바는 있다”며 “통상 이 전 부사장 스스로 이야기하기 전에는 저희가 ‘왜 그러냐’고 토를 달지 않는 게 일반적 관례였다”고 설명했다.
추가 공소사실과 최 전 사장 등 진술을 종합하면 이 전 부회장이 이 사건 관련 최 전 사장에게 지시한 것은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보내는 송금 처리 ▲에이킨검프와 삼성전자 월 12만5000달러 자문계약이다. 이 과정에서 에이킨검프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과 삼성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회장 역시 이같은 의혹을 인정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후보자일 때 김 변호사가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있어 그때 승인받아 최 전 사장에 요청한 것”이라며 “또 한번은 이 전 대통령 취임 후 김 변호사가 청와대에 다녀왔다며 계속해서 미국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 해달라고 해 이를 최 전 사장에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삼성전자 미국법인 송금 내역은 이 전 대통령 자금 지원 의미로 보면 되나’고 묻자 이 전 부회장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같은 내용을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2번에 걸쳐 보고했지만, 다스 소송 비용이라고 보고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삼성 전략기획실장,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거치면서 이건희 회장을 보좌한 인물이다. 그는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 비용 61억여원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유죄 혐의가 인정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3월27일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수십억, 수백억이 들지 모르고 이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하니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재차 요청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한 증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9차례 증인 소환에 불응한 김 전 기획관이 오는 25일 본인의 소심 선고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소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여러차례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하고 구인장도 발부했는데 이번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다만 김 전 기획관 관련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고, 공소장 변경 관련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검찰 측에서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