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일본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7/뉴스1 © News1
기존에 운용하던 공정에 적합한 소재인지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최소 1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 해결책이 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12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외교 루트를 통해 자국에서 생산한 불화수소를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수차례 쓰이는 재료로 회로를 원하는 모양대로 식각(에칭)하는 공정에 쓰여 ‘에칭가스(Etching Gas)’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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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반도체 소재 수입선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직접 주최한 토론회에서 러시아산 불화수소 대체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문 정부의 북방정책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면서도 “우리 기업들에는 접촉되지 않아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 측이 불화수소 공급을 제안한 것과 실제 우리 기업들이 그것을 일본제품의 대체재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외부 오염과 재료 안전성 등이 100% 담보돼야 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상의 특징 때문이다.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반도체 공정은 평균 600여개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불화수소가 사용되는 공정은 사용되는 제품군마다 다르지만 수십여번에 달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일본 외에 국내 기업에서 불화수소를 일부 공급받고 있지만 이는 공정의 초기 단계에 해당되며 100% 수준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전량 일본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급히 출장을 떠난 것도 수주일 정도의 재고밖에 남지 않은 고순도 불화수소 확보가 최대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수십여종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정에선 동일한 소재라 하더라도 온도, 습도 등의 외부 환경에 의해서 물질적 특성이 바뀔 경우 공정상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도체가 생산되는 시설을 ‘클린룸’이라고 부르는 것도 항온·항습을 통해 외부 오염원 반입을 철저하게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과 다른 품질의 재료를 양산 공정에 도입하기 위해서도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장비와 소재 품질 테스트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에 달할 만큼 완벽에 가깝게 진행돼야 한다”면서 “당장 양산에 투입할 일본산 불화수소도 부족한 마당에 대체재로 러시아 제품의 테스트까지 거치기엔 시간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이처럼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논란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공정상 실수나 오염으로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반도체 기업들은 리콜을 감당하고 고객사로부터 신뢰 하락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삼성전자의 경우도 10나노 서버 D램을 아마존에 공급하면서 제품에 불량이 발생해 클레임을 받은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