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파문]세계시장 90% 점유한 OLED 핵심소재 전량 일본서 수입… 공급 끊기면 한달내 생산중단 내달 백색국가 제외 현실화땐… 공작기계-첨단소재 등도 피해
9일 전략물자관리원이 게시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일본 수출 통제 목록’을 분석한 결과 각종 무기류뿐 아니라 첨단소재, 소재 가공, 전자, 컴퓨터, 통신, 센서, 반도체 장비 등 거의 전 산업 영역 부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민간용 전략물자가 261개, 비민간용 전략물자가 851개 등 총 1112개가 일본의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첨단 전자제품 소재 및 핵심 부품, 장비는 대체재를 찾기 힘든 상태다.
○ 핵심 소재 끊기면 한 달 안에 OLED 생산 중단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달 1일 일본의 수출 제재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4일부터 수출 제재에 들어간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불산)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 제조에도 쓰이지만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불산 확보에 문제가 있지만 중국, 대만 제품도 있다”며 “대체재를 잘 마련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이런 소재의 공급이 끊기면 길어도 한 달 안에 OLED 생산라인이 멈춰 서고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 TV 제조까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섀도마스크 분야에서 1조4000억 엔(약 15조2600억 원)대의 매출을 내는 DNP, 도판프린팅의 한국 수출 규모는 3000억 원 안팎에 불과해 자신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 반도체 장비·자동차·기계 등도 비상
현대·기아자동차는 부품 공급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일본 기업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거의 없지만 쌍용차는 도요타의 계열사인 아이신으로부터 변속기를 납품받고 있다. 르노삼성도 일부 모델에 일본 자트코의 변속기를 적용한다. 이들이 대체부품을 사용하려 해도 안전 인증과정 등에서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또 수소차에 필요한 연료전지와 2차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 등도 일본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공작기계 분야도 문제다. 대기업의 일본산 수입 의존도는 5% 미만이지만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은 일본산 소형 생산로봇 등을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하고 있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황태호 taeho@donga.com·지민구·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