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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을 주는 집에 살고 있나요?”

입력 | 2019-07-10 03:00:00

공동체주택 ‘소행주’ 만든 류현수 대표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는 수요자 중심의 건설 양식으로 세운 공동체주택이다.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선 소행주 4호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사는 집’(왼쪽 사진)과 8가구가 모여 사는 소행주 3호 ‘소삼팔가’의 외경. 도서출판 예문 제공

커다란 부엌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며 때론 밥도 함께 짓고 술도 나누는 집. 귀가가 늦어져도 함께 사는 사람 한 명쯤은 아이를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집. 공장에서 찍어낸 구조가 아니라 내 가족의 취향에 꼭 맞춰 설계한 집. 북유럽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런 집이 서울에 있다. 2011년 탄생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는 공동체주택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다.

서울 마포구 ‘소행주 1호’를 시작으로 전국 15개 소행주를 기획하고 건축한 류현수 자담건설 대표(53)를 9일 만났다. 스스로 ‘건축 운동가’라 칭하는 그는 최근 소행주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 ‘마을을 품은 집, 공동체를 짓다’(예문·1만7000원)를 발간했다.

건축가 류현수가 ‘소행주 1호’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류 대표는 “아이들이 뛰놀고 동네 사람들이 근황을 주고받던 골목 공동체를 집 안으로 들여온 것이 ‘소행주’”라고 설명했다. ‘소행주 1호’에는 변호사, 회사원, 영화감독, 비정부기구(NGO)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 공통점은 입주 전부터 육아를 함께했다는 것. 공동체건축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과 류 대표가 합심해 대지 선정부터 설계, 완공까지 일일이 합의해 탄생시켰다.

모든 과정에 건축주가 참여해 ‘맞춤형’ 공간이 가능했다. ‘소행주 1호’도 112.4m²(약 34평) 복층형 집부터 36.4m²(약 11평)까지 주거 형태가 다양하고 비용도 각각 다르다. 또 각 구성원이 십시일반해 33.6m²(약 10평) 커뮤니티 공간 ‘씨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공동육아와 공동식사 ‘저녁 해방 모임’(저해모) 등 다채로운 활동이 열린다.

류 대표는 통상 집이 공급자와 판매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른데, 획일화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춰 왔어요. ‘거실 조명등은 6개를 설치한다’ 같은 공식에 따라 지어져 눈부신 조명을 참거나, 높은 싱크대에 발 받침대를 놓고 사용했잖아요.”

‘소행주’는 건축주가 갖고 있는 집에 관한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을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락방’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최상층에 다락을 만들고, 세면대가 높아 고생한 적이 있다면 높낮이를 조절한다. 소량 맞춤 생산이지만 공급자 마진이 없어 아파트 전세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 류 대표는 “소행주에 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들 다 하는 사교육, 아파트 투자 같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니 용기가 필요하죠. 소행주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만든 집’이에요.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을 담보 잡히기보다 당장 조금 투자해서 확실한 행복을 얻는 건 어떨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