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고 당시 남편 B 씨가 처벌받지 않은 것은 폭행이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는 수사·기소는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일본 헌법 가안에서 영향을 받아 1953년 도입됐는데, 정작 일본은 도입하지 않았다. 미국도 가해자가 반의사불벌죄를 악용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회유하는 부작용이 많자 강제 기소정책을 도입해 가해자 처벌을 강화했다. 우리도 국회에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담은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가정폭력은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에 어려움이 많다. 지난해 4월 서울북부지법에서는 50대 어머니가 흉기로 자신을 찌른 아들을 감싸다 위증죄로 벌금 300만 원을 받았다. 처음과 달리 법정에서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바꿨는데, 흉기 사용은 특수폭행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찌른 아들을 감싸주려는 마음에 위증을 한 것이다.
▷가족에게 맞았다는 고통과 함께 가족이라 용서해야 하는 고통까지 감수해야 하는 게 가정폭력이다. 심하게 맞고도 경찰의 진단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부모나 아내도 많다.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폭행치상이 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아내가 남편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쉬운 결심은 아닐 것이다. 남편을 감옥에 넣은 독한 사람이라는 삐딱한 시선도 주변에 있을 수 있고, 생계도 무거운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가정폭력의 추방을 위해선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정도 산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