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서가 실무 부서와 협의 없이 ‘패션그룹 형지’ 유치하며 계약서에 현행법에 어긋난 ‘판매 허가’ 명시… 엉터리 행정에 수백억원 손실 우려
인천 연수구 송도동 11의 2 형지 글로벌 패션복합센터 신축 현장. 센터 1, 2층에 판매시설(120개 매장)이 들어서지만 인천경제청의 행정 착오로 준공 5년 후 분양할 처지에 놓였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9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투자유치부서인 서비스산업유치과는 지난해 10월 송도국제도시에 ‘패션그룹 형지’를 유치하면서 토지매매 계약서에 ‘산업단지 내 용지’에 들어서는 판매시설을 처분(분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추가했다.
형지가 사들인 송도 부지(인천지하철 1호선 지식정보단지역 인근)는 ‘산업단지 내 용지’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등을 적용 받는다. 이 법률에 따르면 투기를 막기 위해 판매시설은 준공 후 5년이 지나야 처분(분양)할 수 있다.
그런데 형지 측은 최근 판매시설 분양을 위해 인천경제청 실무부서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판매시설 처분 불가’라는 입장을 처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시설 분양을 통해 730여억 원의 건설비를 충당하려던 형지는 인천경제청의 엉터리 행정으로 손실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행정 착오 사태가 확산되자 국내 로펌(법률회사)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로펌도 ‘판매 시설은 준공 5년 후 처분해야 한다’는 자문 결과를 인천경제청에 알렸다. 인천경제청은 정작 경제자유구역을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유권해석을 받지 않아 상급기관까지 관련 내용이 확산되는 것은 막았다.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는 곪아 터질 것이 결국 터졌다는 분위기다. 투자 유치 부서인 서비스산업유치과가 주요 계약 변경을 실무 부서에 알리지 않고 협의하지 않아 빚어진 행정 시스템 오류라는 것이다.
인천경제청 A 주무관은 “서비스산업유치과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안을 인허가 부서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투자 유치 성과는 서비스산업유치과 몫이고, 허드렛일은 인허가 부서가 도맡아 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형지 투자유치를 담당한 김종환 인천경제청 서비스산업유치과장은 “형지 판매시설 처분에 관한 내용은 전임 경제청장을 비롯해 도시건축과, 용지분양팀 모두 다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패션그룹형지는 학생 교복으로 유명한 ‘형지 엘리트’를 비롯해 23개 브랜드 전국 2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종합 패션 유통기업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