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46·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자신을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53·20기) 전 검사장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기억 없다’로 일관하는 안 전 검사장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서 검사를 대리하는 이은의(45·변시 3회) 변호사는 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항소심 관련 서지현 검사 측 입장’이라는 글을 올려 이같은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주장이나 일부 증인들의 진술을 탄핵하는 취지의 51페이지 분량의 진술서를 직접 작성했다.
이어 “더 이상 피해를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후 동료들이 검찰 조사나 재판에서 했던 진술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안도와 분노 사이를 오가며 마음 앓이를 해야 했다”면서 “검사로서 겪는 타인의 일과 피해 당사자로서 겪는 나의 일은 사뭇 그 상처와 고통의 강도가 다른 과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권한남용은 분류상 국가적 법익 문제지만 이런 권한남용의 결과 피해자 개인은 검사로서 살아온 과거와 현재가 무너지고 미래가 위협받고, 그 가족도 일상에서 함께 고통받아야 했다”며 “별 기억이 없다는 변명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법원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 심리로 열린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같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검찰 안에서 사실상 인사 결정권자가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인사 불이익을 통해 그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 것”이라며 “안 전 검사장의 지시나 개입 없이는 서 검사의 인사를 설명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무리 실수라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미안하다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기억도 못 했고,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해 아무도 제게 이야기를 못 해줬는데 참 아쉽지만 제 불찰”이라면서도 “(부당 인사 지시 혐의는) 저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오해고 해프닝”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검사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2시10분에 진행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