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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독재자 애지중지” “사진촬영용 정상회담은 쇼”

입력 | 2019-07-02 03:00:00

민주 대선주자들 트럼프 외교 비판… 외교정책 美대선 변수로 떠올라
바이든, 자유무역-세계화 지지
샌더스-워런, 美주도 세계화 반대
中과 무역갈등엔 입장 엇갈려




미국 국내 정치가 미 대선 판도를 좌우하던 과거와 달리 2020년 대선에서는 각 후보의 외교 정책이 당락을 결정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가 전망했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선의 전통적 가치관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의 외교 정책에 대한 관심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FA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시카고 의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민주당 지지자의 80%가 “미국이 때로 손해를 보더라도 더 국제적 시각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04년 후 최고치다. 퓨리서치센터의 2017년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의 83%가 “평화 수호에 필요한 것은 군사 행동보다 훌륭한 외교 정책”이라고 했다. 역시 199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주요 주자들의 외교 공약은 민주당 경선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무역 갈등, 군비 확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이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민주당 후보군 중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7)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7)은 자유무역 및 세계화된 시장을 옹호한다. 반면 지지율 2위이자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8·버몬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0·매사추세츠)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강하게 반대한다. 세계적 대기업 및 기존 부자들의 배만 불렸을 뿐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에 대한 입장 차이도 두드러진다. 워런 및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국이 자국 통화의 인위적 절하, 지식재산권 침탈 등을 통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에 동의하며 반중 성향을 드러냈다. 반면 부티지지 시장은 “미국이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에 다른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번 무역 갈등을 재정비 기회로 삼자”고 주장한다. 그는 이스라엘보다는 팔레스타인에 좀 더 동정적인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달리 친(親)이스라엘 성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을 평가절하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판문점 회담 직후인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가 안보와 이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그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깎아내리고 미국의 가치를 전복하는 가장 위험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맹비난했다.

샌더스 상원의원도 같은 날 A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단지 사진촬영용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진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45)도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해 “모두 쇼 같고, 실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워런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미국 안보를 중시하고 동맹국을 보호하며 인권을 수호하는 원칙적 외교를 통해 북한을 상대하라”고 주장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