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건물 사진은 괜찮은데 본인 얼굴이 나오는 건 싫답니다.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과 함께 사진을 찍어 가게 앞 벽면에 붙여놓은 정성을 생각하면 의외의 대답입니다. 속내를 여쭤봤습니다.
“구경 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물건은 편의점에서 사요. 동네 사람들도 대형마트만 가고…. 물건 파는 상점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라니까요.”
장사하는 심정에서 토라질 만도 합니다. 그래도 매일매일 추억을 남기는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 동네 골목 자체가 아주머니의 추억이 담긴 곳이기 때문입니다.
1964년 문을 연 이 가게를 지금 주인인 차효분 씨가 인수한 것은 10년 전. 차 씨는 이 가게의 5대 사장입니다. 지방에 살다 이 동네로 이사 왔지만, 실은 가게 바로 앞 건물이 어린 시절 차 씨가 자란 집입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향입니다. 이렇게 때로 투덜대면서도 차 씨는 동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여행객들과 여전히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습니다. 가게 주인의 추억 위로 낯선 이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 서울 용산구 청파로 85가길 31. 서울역 공항철도역 1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